리비아 내전 해결에 국제사회 잰걸음…러·터키, 휴전 촉구(종합)
EU도 중재 나서…내전 당사자는 이탈리아·EU 각각 방문
(이스탄불·로마·서울=연합뉴스) 김승욱 전성훈 특파원 김성진 기자 = 자칫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는 리비아 내전의 평화적 해결을 중재하기 위한 유럽, 러시아, 터키의 외교전이 전례 없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선 러시아와 터키 정상이 동·서로 나뉘어 내전 중인 리비아통합정부(GNA)와 리비아국민군(LNA)에 휴전을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투르크 스트림' 가스관 개통식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하고 리비아 휴전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12일 자정부터 양측은 휴전에 들어가기 바란다"며 "리비아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리비아 내전과 관련해 군사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은 리비아인 사이의 분열을 심화하고 더 큰 고통을 초래할 뿐"이라며 "즉각적인 휴전은 정치적 해법을 찾기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GNA와 안보·군사협정을 체결한 터키는 지난 5일 리비아에 병력 파견을 공식화한 반면 러시아는 동부 반군 하프타르 세력에 우호적이다. 터키가 리비아 파병을 선언하면서 이미 주변국들까지 편을 갈라 개입한 리비아 사태가 '외세 대리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됐다.
리비아 내전 당사자들은 이날 각각 이탈리아와 유럽연합 수도 브뤼셀을 방문했다.
리비아 동부 반군 LNA의 우두머리인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은 이날 오후 이탈리아 로마를 찾아 주세페 콘테 총리와 회동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하프타르 장군이 갑작스럽게 이탈리아를 방문한 배경과 회동에서 논의된 내용 등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프타르 장군이 이끄는 LNA는 내전 상대인 GNA를 지원하고자 터키가 병력 파견을 시작하자 이에 맞서 전략적 요충지인 시르테를 전격적으로 점령했다.
GNA 수반인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도 벨기에 브뤼셀 방문을 마치고 이날 밤늦게 이탈리아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곧바로 리비아로 돌아가는 쪽으로 일정을 변경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알 사라즈 총리는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자신의 라이벌인 하프타르 장군을 먼저 만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콘테 총리와 회동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리비아를 식민 지배한 이탈리아는 유엔이 인정한 합법정부인 GNA를 지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전 종식과 지역 안정을 위한 중재 노력을 지속해왔다. 앞서 알-사라즈 GNA 총리는 이날 브뤼셀에서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대표 등과 만나 리비아 사태 해법 등을 논의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보렐 외교·안보대표와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외무장관들은 지난 7일 터키의 리비아 파병을 비난한 바 있다.
EU정상회의는 성명에서 "미셸 상임의장이 리비아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우려하면서 리비아 위기에 대한 군사적 해결은 있을 수 없으며 단지 정치적 과정만이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리비아인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심에 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보렐 외교·안보 대표는 오는 11일 터키로 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 EU의 긴장완화 메시지를 강조하고 다시 카이로로 건너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리비아 위기를 논의할 예정이다.
보렐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리비아의 현재 상황을 "매우 위험하다"고 평가하며, "우리는 (리비아 사태의 개선과 악화를 결정할)분수령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이집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키프로스 외무장관이 회동해 리비아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이집트, 프랑스, 키프로스, 그리스 외무장관은 이 자리에서 올해 상반기에 독일 베를린에서 리비아 내전 당사자들과 함께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에 지지를 표했다. 이들은 베를린 정상회담이 평화를 위한 계획안을 마련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리비아의 식민 모국이자 리비아에 매장된 막대한 석유 개발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이탈리아의 루이지 디 마이오 외교장관은 리비아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고, GNA와 터키의 군사적 동맹을 규탄하는 이날 외무장관 회담의 최종 성명에 서명하지 않아 리비아 사태 해법을 둘러싼 이견을 노출했다.
사메 쇼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베를린 정상회담이 평화로 향한 여정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터키의 휴전 촉구 방안이 이탈리아 주도하에 유럽이 리비아 내전을 끝내려고 하는 방안과 서로 보완적 관계가 될지 아니면 경쟁 관계가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며, 리비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에 여전히 혼선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와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후 내전으로 빠져들었으며, 2014년부터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서부를 통치하는 GNA, 하프타르 사령관이 이끄는 리비아국민군(LNA)이 통제하는 동부 군벌 세력으로 양분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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