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중동 위기' 신경전…"이란, 안보리에 관심 당부"(종합2보)
美 "美대사관 피습 규탄성명, 중러 탓 무산"…中 "美 일방주의 반대"
주중이란대사, 中에 안보리서 건설적 역할 요청…"중국 투자 보호할것"
(베이징·뉴욕=연합뉴스) 심재훈 이준서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 상황과 관련, 유엔 무대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이란은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인 중국을 이용해 유엔에서 자신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미국이 지난 3일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공습으로 살해한 이후 이란이 미국이 잇따라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군사충돌 우려가 급격히 고조된 분위기다.
미국은 이라크 시위대의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습격을 비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달 27일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에 대한 로켓포 공격으로 미국인 1명이 사망하자, 미국은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무장조직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공격을 가했고, 이에 반발해 친이란 반미 시위대가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을 난입한 바 있다.
미국 유엔대표부는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외교공관의 불가침 원칙을 강조하는 안전보장이사회의 기본적인 성명조차 러시아와 중국이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AFP·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러면서 "27개 유엔 회원국이 바그다드 대사관 피습 사건을 규탄하는 성명에 동참하고 있다"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 2곳, 중국과 러시아 때문에 안보리가 침묵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유엔대표부는 "우리는 미국인과 미국 시설에 대한 공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이해와 시민,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분명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보리 성명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결의안보다 낮은 조치이지만, 국제사회의 단합된 메시지를 보낸다는 상징적인 효과가 있다.
중국은 '미국 일방주의'에 책임을 돌렸다.
장쥔(張軍)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유엔본부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은 국제관계에서 무력 사용에 반대한다"면서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군사 행동이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을 위반하고 긴장을 낳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장 대사는 "미국이 힘을 남용하지 않기를 촉구한다"면서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하고 서로 대화를 통해 해법을 마련할 것을 모든 당사국들에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주재 이란 대표부가 안보리 이사국들에 '현재 상황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도 장 대사는 전했다.
그러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은 다른 이사국들과 협력하고 국제법과 정의를 지키고 긴장 악화를 피할 수 있는 조치들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란 정부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자신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길 요청하고 나섰다.
모하마드 케샤바자데흐 주중 이란 대사는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와 인터뷰에서 "이란은 현재 중국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면서 "이란은 중국이 미국의 이란 사령관 암살로 촉발된 긴장 정세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란 대사는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 매우 중요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이 안보리와 같은 국제 플랫폼을 활용해 현 상황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길 원한다"며 중국의 미국 견제를 요구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 많은 상황에서 이란을 지지해준 중국 정부와 중국인들에 감사드리고 싶다"면서 "중국과 이란은 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했기 때문에 이란과 미국의 긴장 격화에도 이란 내 중국 투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중간 불협화음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가운데 중동 사태를 논의하는 안보리 회의 일정은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의 한 외교관은 AFP통신에 "아직 어느 안보리 이사국도 중동 긴장과 관련해 회의를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정학적 긴장감이 이번 세기 들어서는 최고 수위"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긴장 고조 속에 더 많은 국가가 예측불가능한 결정을 내리면서 예측불가능한 결과와 중대한 오판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당사국들의 자제와 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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