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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호주산불] ③ 떼죽음 넘어 멸종위기 직면…코알라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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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호주산불] ③ 떼죽음 넘어 멸종위기 직면…코알라의 비극
'캥거루섬' 코알라 절반 사라져…광범위 피해에 캥거루·새도 위험
서식지 파괴로 생존위협…"재앙의 시작…생물다양성 수십년 후퇴"

(시드니·서울=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김서영 기자 = "침묵의 죽음이 진행되고 있다"
좀처럼 꺼지지 않는 산불이 '야생동물의 낙원'으로 불리던 호주 곳곳을 처참히 태워가며 잿더미로 둔갑시키고 있다.
생태학자들은 화마를 피하지 못한 일부 동물이 이미 멸종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간신히 살아남은 동물들도 서식지가 사라져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호주에서 세번째로 큰 섬으로 '야생동물의 보고'로 불리는 캥거루섬도 호주 남동부를 휩쓴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호주 애들레이드 부근 세인트빈센트만 입구에 있는 이 섬은 약 5만 마리 코알라들에게는 '천혜의 보호구역' 같은 곳이다. 육지와 바다로 격리돼있어 치사율이 높은 클라미디아(chlamydia) 성병 등 유행병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호주에서 들불처럼 확산한 산불이 섬 전체 면적(4천350㎢)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7만ha(1천700㎢)를 휩쓸면서 이 지역에 서식하는 코알라의 절반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가디언지 등 외신이 보도했다.
그동안에도 호주에 사는 코알라는 도시화와 기후변화, 개간, 개발사업 등으로 개체수가 점점 줄어 멸종위기에 있다는 경고가 잇따랐다.
서식지에서 밀려난 코알라가 길을 헤매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개의 공격을 받고 희생되는 경우도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최악의 산불이라는 '재앙'을 맞게 된 것이다.
'캥거루섬 야생공원'을 운영하는 샘 미첼은 "코알라 개체 수의 50% 이상이 사라졌다"면서 "나머지도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에 몇주 내로 집단 아사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애들레이드대 연구진도 "캥거루섬의 코알라는 전체 코알라의 생존을 위한 보험과 다름없다"며 "캥거루섬 외에도 코알라의 집단 서식지인 빅토리아주 깁스랜드 등지에서 8천마리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심각성을 강조했다.



앞서 호주코알라재단은 산불의 본격적인 확산 초기였던 지난해 11월 이미 호주 전역에서 1천 마리가 넘는 코알라가 희생됐으며 서식지의 80%가 불타 코알라가 '기능적 멸종' 단계에 들어섰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능적 멸종'은 특정 동물의 개체 수가 크게 줄어 생태계 내에서의 역할을 잃어버리고, 독자적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를 일컫는다.
이 단계에서는 살아남은 일부 코알라가 번식을 하더라도 전체 개체 수가 적어 장기적으로 종의 생존 가능성이 작아질 뿐만 아니라 질병에 걸릴 위험도 높다.
사방이 불바다…소방관이 직접 찍은 호주 산불 현장 / 연합뉴스 (Yonhapnews)



날벼락 처럼 야생동물에게 들이닥친 화마에 신음하는 것은 코알라뿐만이 아니다.
호주 토착종인 유대류 동물 '두나트'와 '주머니여우', '긴발쥐캥거루', '은색머리안테키누스' 등은 서식지 대부분이 화재 피해지역에 들어 있거나 인근에 위치해 있다.
호주의 생물다양성 전문가인 크리스 딕맨 시드니대 생태학 교수에 따르면 현재까지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만 약 4억 8천만 마리의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가 산불로 목숨을 잃거나 피해 영향권에 들었다. 산불의 확산 추세로 볼 때 더 많은 동물이 산불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딕맨 교수는 "캥거루나 에뮤(타조처럼 날개가 퇴화해 날지 못하는 호주 토착 희귀 새)와 같이 몸집이 큰 동물과 조류는 산불을 피해 어느 정도 도망칠 수 있지만, 코알라처럼 기동성이 적거나 숲에 의존하는 동물들은 그야말로 죽음의 공간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재에서 살아남은 동물 대다수도 식량과 피난처 부족으로 결국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찰스 다윈 대학교의 존 보이나스키 교수는 화재가 너무나 광범위하게 발생해 불길을 피해 달아나는 캥거루나 새 떼의 생존도 담보할 수 없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온실가스로 '멸종의 물결'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해 온 기후학자들은 이번 산불이 재앙의 시초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사우스웨일스대 생태계 과학센터의 리처드 킹스포드 교수는 이번 산불의 규모와 심각성 면에서 수많은 동식물종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며, 숲의 생물다양성을 수십 년 후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킹스포드 교수는 이어 "동물들은 이러한 재해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진화하지 않았다"며 "침묵의 죽음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sy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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