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파 구의원 최대 난제는…"세계 최고 사무실 임대료"
비싼 임대료 감당 못 해 '노천 사무실·컨테이너 사무실' 등 마련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해 11월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뒀지만, 정작 비싼 사무실 임대료를 감당 못 해 의정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의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은 전체 452석 중 무려 388석을 차지해 홍콩 내 18개 구의회 중 17곳을 지배하게 됐다.
이들은 올해부터 의정 활동을 시작하게 됐지만, 상당수 구의원이 아직 지역 사무실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전했다.
아파트 가격이 평당 1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인 홍콩은 사무실 임대료도 터무니없이 비싸다.
홍콩 구의원은 매달 3만3천950홍콩달러(약 500만원)의 급여와 4만4천816홍콩달러(약 660만원)의 운영비를 지급받지만, 보좌진 월급과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나면 사무실 임대료로 쓸 돈이 그리 많지 않다.
저소득층 거주 지역에서 당선된 구의원은 정부가 저렴한 임대료로 사무실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홍콩 내 모든 구의원이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무실 임대료가 높기로 유명한 홍콩섬 중서부 지역에서 당선된 카밀러 얌 의원은 고육지책으로 미드레벨 지역의 지하철역 근처 인도에 책상과 의자를 가져다 놓고 '노천 사무실'을 차렸다.
얌 의원은 "4만 홍콩달러(약 590만원) 이하의 사무실을 도저히 구할 수 없었다"며 "구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풀뿌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노천 사무실이라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야우침몽 지역에서 당선된 민주당 창츠밍 의원은 '컨테이너 사무실'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보유한 유휴지에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이를 지역 사무실로 개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관련 당국에서 확답을 받지 못했다.
'컨테이너 사무실'의 전례도 있어 스탠리 호 의원 등 3명의 구의원이 지난 회기 때 컨테이너를 개조해 지역 사무실로 사용했다.
스탠리 호는 "컨테이너 사무실은 여름에 너무 더워 견디기 힘들 지경이지만, 지역 사무실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삼수이포 지역에서 당선된 민주당 레이먼 위엔 의원은 비싼 사무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마을회관 한편을 빌려 지역 사무실로 쓰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당국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위엔 의원은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지역민을 만나고 싶지는 않기에 어떻게 해서든 사무실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의 소망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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