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배 중 잇단 공격…'총기무장 허용·규제' 논쟁 촉발
트럼프 "총기 무장 허용한 텍사스주법이 생명 구했다"
민주·총기규제 단체 "총격 사건은 느슨한 규제 탓"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 미국의 한 교회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고, 랍비(유대교 율법 교사) 자택에서 괴한이 흉기 난동을 벌이자 흉악범에 대응하기 위해 총기 무장을 허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미국 사회에서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NBC 뉴스는 31일(현지시간) '텍사스 교회 총격'과 '하누카(유대교 율법에 따른 축제) 흉기 공격' 사건이 예배 장소에서 무장할 권리와 관련해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 교회 총격은 지난 29일 포트워스 북서부 지역의 웨스트 프리웨이 교회에서 엽총을 든 총격범이 예배 도중 총을 쏴 주민 2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교회에는 240여 명의 신도가 예배를 보고 있어 자칫 참극이 벌어질 뻔했지만, 예비역 장교인 교회 보안요원 잭 윌슨이 응사하면서 총격범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앞서 지난 28에는 하누카를 기념하던 랍비의 한 자택에 복면 괴한이 침입해 5명을 찌르고 달아났다.
사건 이후 유대인 출신 선출직 공직자들은 뉴욕주에 비상사태 선포와 주 방위군 배치를 요구했고,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 무장한 주민들이 경계를 서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처럼 종교행사장에서 끔찍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 데다 텍사스 총격 사건의 경우 무장한 보안요원이 총격범을 사살한 것으로 드러나자 공화당 등 보수 진영은 총기 소지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텍사스주의 켄 팩스턴 법무장관은 교회 보안요원이 총격범을 진압한 것은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미국 국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모범사례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총기 소지를 완화한 텍사스주법이 총격범에 대한 빠른 대응을 가능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텍사스주는 지난 9월 합법적인 총기 소지자가 교회, 이슬람 사원, 유대교 회당 등 종교시설을 포함해 아파트단지, 아동 위탁시설, 공립학교 부지에서 총기를 소지할 수 있게 허용했다.
텍사스주는 2017년 26명이 사망한 서덜랜드 스프링스 예배당 총격 당시 무장한 신도가 총격범을 잡는 데 공을 세우자 종교시설에서도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내용을 법안에 반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용감한 교구 주민들 덕분에 (총격 사건은) 6초 만에 끝났다"며 "무장을 허용한 텍사스주법과 영웅들이 생명을 구했다"고 텍사스주의 총기 법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
하지만, 민주당과 총기 규제 단체, 총격 사건의 희생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의 샛별로 각광을 받은 베토 오로크(47) 전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총기소지 완화법안을 통과시킨) 텍사스주의 의원들은 우리가 총격에 노출되도록 했다"며 교회 총격 사건은 느슨한 총기규제 탓이라고 비판했다.
총기규제 단체 활동가인 섀넌 왓트는 텍사스주의 총기 사건 발생률이 높다는 점을 들면서 "더 많은 총과 더 적은 총기규제법이 텍사스를 안전하게 한다면 텍사스는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주가 돼야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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