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서 종교법 반대 격렬 시위…경찰과 충돌 4명 부상
세르비아 정교회 "정권에 굴복 않겠다" 성명…정국 혼란 심화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발칸반도의 소국 몬테네그로에서 종교재산법안을 둘러싼 종교 갈등이 격렬한 시위를 촉발하며 정국 혼란이 심화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친(親) 세르비아계 시위대는 30일(현지시간) 수도 포드고리차 외곽에서 종교재산법 폐지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는 나무를 쓰러뜨려 몬테네그로 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을 차단하고서 경찰에게 돌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이들의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4명이 부상해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고리차 도심과 그 외 다른 3개 도시에서도 산발적으로 항의 시위가 진행됐다.
이러한 동시다발적 시위는 세르비아 정교회가 몬테네그로 정권에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뒤 불거졌다.
앞서 몬테네그로 의회는 지난 27일 밀로 주카노비치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등에 업고 종교재산법안을 가결해 갈등의 불씨를 당겼다.
이 법안은 종교계가 현 자산을 1918년 이전부터 보유했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하고 그렇지 못하면 국가가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친세르비아계는 이 법안이 몬테네그로에서 종교적 다수를 차지하는 세르비아 정교회의 자산을 박탈하기 위한 '표적 법안'이라고 항의한다. 세르비아 정교회의 쇠락을 발판으로 소수파인 몬테네그로 정교회를 키우려 한다는 것이다.
인구 62만명인 몬테네그로에선 정교회가 72.1%, 이슬람 19.1%, 가톨릭 3.4% 등의 종교 분포를 보이는데, 정교회에선 세르비아 정교회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이에 정부와 집권당은 종교 재산의 소유권을 명확히 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세르비아계의 주장을 반박한다.
친서방 성향의 주카노비치 대통령은 과거 세르비아 정교회가 몬테네그로의 주권을 훼손할 목적으로 친세르비아 정책을 추진한다고 비난해온 인물이다.
몬테네그로는 2006년 주카노비치 당시 총리가 주도한 국민투표를 통해 세르비아와 함께 소속된 신유고연방에서 분리·독립했다.
이후 러시아 세력권에서 벗어나 친서방 노선을 걸어왔으며, 2017년에는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을 강행했다.
오랜 앙숙인 몬테네그로와 세르비아는 국경선을 맞대고 있긴 하지만 양국 국민 대부분은 사용하는 언어와 인종적 뿌리가 거의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몬테네그로에선 세르비아계가 전체 인구의 28.8%로, 몬테네그로계(45%)와 함께 다수를 차지한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