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항공 2016년 추락사고는 테러 아닌 안전불감증 탓"<WSJ>
"프랑스 조사결과, 정비사들이 기술결함 무시한 것 드러나"
이집트가 테러 운운하며 조사 방해…3년반만에 진실 실마리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66명이 사망한 지난 2016년 이집트 항공기 추락사고는 정비사들이 기체결함을 무시하는 등 안전불감증에 따른 것이라는 프랑스 조사결과가 뒤늦게 밝혀졌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그해 5월 18일 당시 파리에서 카이로로 향하던 이집트항공 여객기는 갑자기 지중해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숨졌으며 그동안 사고조사는 국제법상 이집트 정부가 맡아왔다.
하지만 이집트 당국은 기내에서 폭탄이 터졌을 수 있다면서 대테러 조사의 비밀 문제를 들어 그동안 프랑스 조사관들이 요구한 핵심증거 제출을 거부해왔다.
WSJ가 입수한 비밀문서에 따르면 그러나 사고 후 3년 반이 다 돼서야 실제 사고 원인은 이집트항공의 정비 및 안전 불감증에 따른 것으로 프랑스 사법당국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아울러 이달 초 회람된 전문가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당시 조종실에서 산소가 샌 뒤 불이 나 비행기가 불능상태에 빠졌다. 마지막 비행 당시 녹음된 조종실 음성녹음 기록에는 조종사가 화재가 났다고 공표하기 직전 고압의 산소가 샌 것으로 보인다.
이는 테러리스트가 비행기를 추락시켰다는 이집트 당국 주장과 모순되는 것이다.
비행기가 자동 발신한 메시지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사고 발생 즈음 마지막 다섯차례 비행 동안 심각한 기계 결함이 잇따라 발견됐다.
이집트항공 조종사들과 카이로에 있는 항공사 기술정비 센터는 이 같은 결함을 무시한 것으로 문서에서 드러났다. 조사관들은 또 사고기를 파리에서 점검했던 이집트항공 기술자들이 유럽에서 정비작업을 할 자격을 갖췄는지도 의심하고 있다.
사고 이전 카이로에서 파리 간 비행에 나서기 앞서, 보고되지 않은 반복된 결함이 나타났을 때 비행기는 카이로를 이륙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전문가 보고서는 지적했다.
프랑스는 자국 시민 중 한명이라도 항공기 추락사고로 사망할 경우 사법 조사를 개시한다.
다만 이집트항공 사고 조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조사관들이 밝힌 대로 항공사의 안전불감증 때문인지는 최종 확정되진 않았다.
이집트 민간항공부는 앞서 사고기가 추락 며칠 전까지 기술결함이 있었다는 점을 부인한 바 있다.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조차 수개월 동안 사고기 '블랙박스' 데이터를 제출하라는 프랑스 판사의 요구를 거부했다. BEA는 이집트를 위해 블랙박스를 추출했으나 국제항공조약을 근거로 판사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판사는 BEA 본부를 2018년 압수수색한 뒤 문제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항공안전 전문가들과 관리들은 이집트항공 에어버스 320기 추락은 이집트가 사고조사의 통제를 계속하는 한 미스터리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어버스 320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여객기 기종이다.
프랑스 사법당국 조사는 또 이집트항공의 안전 문화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이집트항공은 국영회사로 중동의 가장 큰 항공사 중 하나이며 이 항공사의 정비 엔니지어링 분과는 이 지역 항공사들의 정비 지원을 하고 있다.
프랑스 희생자 가족들은 자국 정부 관료들이 사고조사와 관련, 이집트와 관계를 우선했다고 우려했다. 이집트는 라팔 전투기와 최신예 함정 등 프랑스 군사장비의 주된 수입국이다.
또 이집트 권위주의 통치자인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프랑스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벌이는 전투의 조력자이며,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것을 제한하는데 협조하고 있다.
아버지와 오빠를 추락사고로 잃은 줄리 에슬루앵은 "프랑스가 (사고와 관련해) 자국 입장을 강력하게 주장하기에는 외교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너무 많이 걸려있다"고 말했다.
사고기 잔해와 희생자 시신을 회수한 이집트 당국은 사고 6개월후 시신에서 TNT 폭약 흔적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프랑스 조사관들은 시신이 바닷물에 수주간 있었기 때문에 이런 폭발물 흔적이 이미 사라졌을 것이라고 의문을 표했으며, 실제로 프랑스 희생자 시신을 본국에 운구했을 때도 TNT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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