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前 클린턴 탄핵 막던 美민주 발언, 트럼프 방어 공화 판박이
민주 상원 원내대표, 1999년 "상원은 배심원과 꽤 달라…무죄에 투표" 공언
20년 지난 지금은 '트럼프 엄호' 공화당에 '공정한 배심원 돼야' 강력 압박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인들이 큰 소리로 분명히 듣게 합시다. 공화 지도부가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나는 공정한 배심원이 아니다'라고요. 믿기 힘들게 당파성을 인정한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하원에서 가결된 지난 18일(현지시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상원 공화 지도부를 맹비난했다.
하루 전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 원내대표가 '나는 공정한 배심원이 아니다'라며 공화당이 다수를 점한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안을 부결시킬 것임을 공언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패막이를 자임한 매코널 원내대표의 발언은 슈머 원내대표가 20년 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막아내느라 한 발언과 비슷하다고 CNN방송이 27일 보도했다.
1999년 1월 상원에 갓 입성한 새내기였던 슈머 원내대표는 CNN방송 '래리 킹 라이브'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과 관련해 "우리는 미리 의견을 갖는다. 이건 형사재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상원은 사람들이 의원들에게 전화하고 로비한다는 점에서 배심원석 같은 곳이 아니다. 배심원이 전화 받고 로비 받지는 않지 않나. 내 말은, (상원은) 배심원과 꽤 다르다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다음날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당파적 발언이라며 비난 성명을 내자 슈머 원내대표는 며칠 뒤 NBC방송에 나가 반격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건국의 아버지들은 이 (탄핵) 절차를 대법원이나 사법기관이 아니라 상원에 맡겨둔 것"이라며 이미 탄핵 반대에 표를 던질 생각임을 사실상 분명히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상원 표결이 이뤄지던 1999년 2월에는 아예 기고문을 통해 "내 결정은 놀랍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무죄에 표를 던질 것이고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998년 9월 결정을 해야 했다"고 공언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안 표결이 이뤄지던 1998년에는 하원의원이었다가 1999년 상원에 진입, 상·하원에서 탄핵안 투표를 모두 한 이례적 사례였다.
슈머 원내대표의 대변인은 CNN에 "해당 발언은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포함한 핵심 증인들의 증언을 포함해 특검의 수사가 끝난 후 나온 것"이라며 "공화당이 오늘날 상·하원에서 모든 사실과 증거의 제출을 막고 있으나 슈머 원내대표는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해명했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