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촉발 美부동산 거품 뒤엔 다주택자…韓 '데자뷔' 되나
연준 보고서 "다주택자 대출 비중 높은 지역, 집값 상승률 16%p 높아"
韓 2주택 이상 다주택자 6년새 5.7% 늘어…1주택자 증가속도의 2.5배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배경으로 꼽히는 미국 주택시장 거품이 다주택자로 인해 한층 두텁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최근 6년 새 다주택자가 1주택자보다 두 배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다주택자 급증과 주택가격 급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의 '다주택 구입과 주택시장 거품 및 붕괴'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미국 주택시장을 분석한 결과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다주택 구입 비중이 2000년 21%에서 이른바 '꼭지'였던 2006년에는 36%를 기록했다.
이후 급락기와 금융위기를 겪은 뒤인 2009∼2011년에는 이 비중이 다시 20%로 떨어졌다.
주택 가격 급등락은 미국 전역에서 벌어졌지만, 특히 다주택자 신규 대출이 몰렸던 지역에서 더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시장 호황기인 2000∼2006년 다주택자 신규 대출 비중이 10%포인트 더 높은 지역에서는 집값 상승률이 다른 곳보다 16%포인트, 건설 취업자 증가율은 7%포인트 높았다.
문제는 거품이 꺼지고 난 뒤다.
2006∼2010년 사이 해당 지역에서는 집값 하락률은 평균보다 7%포인트, 건설 취업자 감소율은 9%포인트 높았다.
주택시장 급등락 사이클이 지나간 2000년대를 통틀어 보면 다주택자들이 몰렸던 지역의 집값은 4%가량 상승했지만, 통계학적으로는 보합에 그쳤다. 건설 취업자 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가 주택가격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건설업 취업자에는 악영향을 미친 셈이다.
한국 주택시장도 최근 다주택자가 급증하고 주택 가격이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다는 점에서 2000년대 당시 미국 주택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통계청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개인별 소유 주택이 2채 이상인 다주택자 수는 2012년 163만1천456명에서 지난해 219만1천955명으로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 5.7%다.
1주택자 수도 같은 기간 1천40만1천342명에서 1천181만8천335명으로 증가했지만 연평균 증가율이 2.3%로 다주택자 증가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가구로 따지면 2주택 이상 소유한 가구 수는 2015년 272만4천894가구에서 지난해 308만1천316가구로 늘었다.
다주택 가구 증가율은 연평균 4.4%였지만, 1주택 가구 증가율은 연평균 0.7%였다.
국내 주택가격은 서울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2013년 이후로 매년 0.4∼4.4% 오르고 있다.
서울을 떼어놓고 보면 지난해 상승률이 10.4%로, 2006년(18.9%)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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