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 두목이 주는 성탄선물…멕시코 갱단의 '주민 환심 사기'
CJNG 카르텔, 두목 명의로 선물 돌려…마을에 교회 지어주기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트럭 뒤에 분홍색 선물 꾸러미를 가득 실은 남성이 동네를 돌며 집집마다 선물을 전달한다.
최근 소셜미디어에 등장한 이 영상 속 이름 모를 '산타클로스'는 멕시코의 악명 높은 마약 카르텔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의 조직원이다.
20일(현지시간) 현지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이 영상은 할리스코주 한 마을에서 CJNG 조직원이 직접 찍어 인터넷으로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 속 남성은 주민들에 선물을 건네며 "멘초 씨가 보낸 도움"이라고 강조한다. '엘멘초'(El mencho)는 CJNG의 두목인 네메시오 오세게라 세르반테스의 별명이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선물 꾸러미의 사진엔 엘멘초를 상징하는 로고도 붙어 있다.
선물을 받은 주민이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는 장면도 영상에 담겼다.
멕시코 카르텔이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 등을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난한 주민들에게 연말에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음식 등 생필품을 주고, 어린이날에는 장난감을 선물하기도 한다.
미국에 수감 중인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이 이끌던 시날로아 카르텔도 조직 근거지인 시날로아주에서 주민들에게 선물을 돌리곤 했다.
시날로아 칼르텔이나 CJNG는 마을에 교회를 짓거나 주민들의 수술, 유학을 지원하는 등의 '지역사회 공헌 활동'도 펴고 있다고 인포바에는 전했다.
지난 10월엔 열대성 폭풍으로 할리스코 일부 지역이 피해를 당하자 CJNG가 라이벌 갱단과의 전쟁을 일시 중단하고 주민들에 식료품을 나눠주기도 했다.
마약 밀매와 살인 등 잔혹한 범죄를 일삼으면서도 주민들에게는 '의적' 이미지를 심어주겠다는 의도다. 또 경쟁 조직보다, 혹은 정부보다도 더 주민을 위한다는 인상을 주려고 한다.
주민들에 선물을 나눠준 CJNG 조직원은 선물의 출처가 정부 기관이나 다른 회사가 아닌 엘멘초라는 것을 힘줘 강조했다.
이러한 환심 사기 전략 때문인지 아니면 카르텔의 위협 때문인지 멕시코에서는 주민들이 카르텔 조직원을 비호해 준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과나후아토 지역에선 '산타로사 데 리마' 카르텔의 두목 호세 안토니오 예페스 오르티스가 주민들이 제공한 은신처에 숨어 있기도 했다고 인포바에는 보도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0일 기자회견에서 CJNG의 크리스마스 선물과 관련해 "이젠 먹을 것을 나눠준다고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때가 아니다. 사람들은 이제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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