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가 자기회사에 지원금…체코시민 수천명 퇴진 시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 거액의 국고보조금을 지원한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체코 시민들의 함성이 2주째 프라하 도심에 울려 퍼졌다.
체코 검찰이 안드레이 바비스 총리의 보조금 횡령에 대한 수사를 재개한 가운데, 프라하 시민 약 1만5천명은 17일(현지시간) 시내 중심 광장에 모여 부패한 총리가 물러날 것을 거듭 주장했다.
시민단체 '밀리언 모먼츠 포 데모크러시'가 주도한 이날 시위에서 시민들은 베체슬라스 광장에서 정부 청사까지 행진하면서 바비스 총리의 사퇴를 외쳤다. 또한, 그가 이끄는 체코의 재벌 '아그로페르트'의 유럽연합(EU) 보조금 지급을 중단과 공공입찰 금지도 함께 요구했다.
이 단체의 미쿨라스 미나르 대표는 "체코 정치인들의 부패 풍조를 더는 참을 수 없다"며 "법망 회피, 이해 충돌, 공공연한 거짓말이 이 나라의 '표준'이 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산이 40억 달러로 평가되는 바비스 총리는 2017년 집권 후 소유한 기업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200만 유로(약 25억원)의 보조금을 불법적으로 받았다는 의혹으로 체코 검찰과 EU 반부패감독청의 수사를 받았다.
EU는 최근 바비스 총리가 총리직 수행과 동시에 아그로페르트를 계속 경영하면서, EU의 보조금을 타낸 것이 이해관계 충돌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체코 검찰이 바비스 총리를 겨냥한 수사를 재개하자 성난 체코 시민들은 지난주부터 그의 사퇴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검찰은 바비스 총리가 10년 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들 중 한 곳의 소유주임을 숨김으로써 보조금을 편법으로 받은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체코 경찰은 지난 4월 바비스 총리에게 사기 혐의가 있다고 발표했지만, 바비스 총리는 혐의를 부인한 채 법무장관을 해임하고 그 자리에 측근을 앉히는 방식으로 맞서면서 수사가 흐지부지됐다.
한편, 총리를 겨냥한 퇴진 시위에도 불구하고, 바비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긍정당(ANO)은 현재 체코 정당 중 가장 높은 약 30%에 달하는 지지율을 달리고 있다.
체코 2번째 거부로 꼽히는 바비스 총리는 기성 정치권을 저격하면서, 자국 중심주의적인 포퓰리즘적인 성향을 보여 '체코의 트럼프'로도 평가된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아그로페르트는 농업과 식품가공, 화학, 미디어를 망라하고 있으며, 경작 면적과 사육 두수에 비례해 주어지는 EU의 농업 보조금의 주된 수혜자로 꼽힌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연간 6천500만 달러(약 757억원)에 달하는 EU의 농축산업 보조금의 상당액이 바비스 총리,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 EU에 적대적인 동유럽 포퓰리즘 정권의 수장들에게 흘러 들어간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EU는 농축산 보조금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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