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산타랠리' 기대 고조…트럼프에 울고 웃다
미중 무역합의·브렉시트 완화·반도체 반등 기대 등 호재
무역협상 '종전' 아닌 '휴전'…'한반도 리스크' 고조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올해 증시에서 소위 '산타랠리'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 불확실성 해소, 내년 반도체 경기 회복 전망 등 호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역합의가 '종전'이 아닌 '휴전' 성격이 짙은 데다 북미 간 강경 대치로 '한반도 리스크'가 재부각되고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간 코스피는 12월에 10차례 상승하고 9차례 하락했다.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1차례 오르고 8차례 내렸다.
산타랠리란 성탄절 전후 또는 성탄절이 있는 12월에 증시가 강세를 나타내는 현상이다. 미국에서 성탄절 전후로 기업의 보너스가 집중되고 소비 증가와 기업실적 개선이 증시 강세로 이어지는 일종의 '캘린더 효과'다.
그동안 산타랠리가 매년 12월 나타나진 않았고 국내보다는 미국에서 출현 빈도가 높았다.
코스피의 경우 2016년(2.2%) 상승했다가 2017년(-0.4%)과 2018년(-2.7%)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016년과 2017년 올랐다가 지난해 내렸다.
지난해 12월의 경우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8.7% 급락해 1999년 2월(-11.7%) 이후 월간 기준으로 약 20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아 2.7% 내렸다.
지난해 12월에는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점진적인 긴축기조가 맞물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대되며 글로벌 증시가 출렁거렸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장벽 예산 문제로 연방정부의 부분폐쇄(셧다운)를 강행하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그러나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반대로 산타랠리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안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져 미중 무역전쟁이 '휴전'에 들어갔다.
미국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철회하고 기존 '관세 장벽'도 50% 인하해 협상 내용이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1단계 무역협상 결과는 주식 시장 기대를 상회한다"며 "코스피가 연말까지 2,240, 내년 1분기 2,30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이 12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또 내년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산타랠리 기대에 힘을 실어 주는 요소다.
지난 13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2.63%, 5.40% 각각 오른 5만4천700원, 8만7천900원으로 마감했고 장중 5만4천800원과 8만8천2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 지수 정기변경에 따른 외국인의 '팔자' 행진이 종료된 것도 수급 면에서 부담을 줄이는 요소다.
문동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무역합의 관련 경계감과 MSCI 지수 정기 변경 이슈가 마무리되며 외국인의 한국 증시에 대한 태도는 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외국인은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천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하지만 미중 1단계 무역협상은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휴전' 성격이 강해 무역전쟁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 미국이 요구해온 자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중국의 기업 보조금 지급 금지 등의 핵심 쟁점은 2~3단계 협상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올 연말을 북미 협상을 위한 시한으로 제시한 가운데 양국 간 강경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이달 하순 노동당 전원회의 개최를 예고해 성탄절 전후 강경 노선 전환을 선언한 뒤 고강도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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