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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된 키코…첫단추 풀었지만 배상까지 '산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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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된 키코…첫단추 풀었지만 배상까지 '산넘어 산'
금감원 "배임 아냐"…은행들, 즉답 회피 "검토후 수용여부 결정"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성서호 기자 = 금융감독원이 10여년 전 손실이 확정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에서 발생한 손실 일정 부분을 은행이 배상하라는 권고를 내놨다.
키코로 손실을 입은 기업 입장에선 첫번째 단추를 푼 것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일단 은행들이 배상 권고 수용 여부에 대한 즉답을 회피하고 있다. 배임 문제가 있을뿐더러 분쟁조정을 기다리는 기업들이 또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키코 분쟁조정신청에 대해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인정하고 기업 4곳에 손해액의 15∼41%(평균 23%)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키코 사태가 벌어진 지 10여년 만이다. 환헤지를 목적으로 은행과 다수의 키코 계약을 체결한 수출중소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막대한 피해를 봤다.
분쟁조정위원회는 키코 사태 당시 은행들이 불완전 판매가 일어난 피해기업 구제 등 고객보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데다, 예상치 못한 환율 급등으로 피해가 발생한 만큼 불완전판매를 한 은행도 손실 일부를 부담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조정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과 일본에서도 키코와 비슷한 파생상품의 불완전판매에 대해 감독 당국의 권고로 시효와 관계없이 은행들이 배상에 나선 사례가 있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 결정이 실제 배상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분조위 권고는 기업과 은행 양측이 모두 수용해야 성립하기 때문이다.
일정 부분이라도 손실 보상을 받게 되는 기업들은 금감원의 이번 권고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은행은 다르다. 금감원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버틸 가능성이 있다. 이번 권고를 받아들이면 이후 추가 분쟁조정 신청 기업이 몰려들 것이고 배상규모도 수천억원 수준을 넘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미 손해배상 소멸 시효가 지나 금감원 권고를 따라야 할 법적 구속력도 없다. 이는 은행 입장에서 보면 배임 논란을 의미한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곳에 불필요한 지출을 한 경영진에 대해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련 은행들은 이번 분쟁조정 결과에 대한 즉답을 회피하고 있다. 내부 검토를 거쳐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등 상임이사 입장에선 분쟁조정 수용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연임 문제도 있고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제재 문제도 있는 만큼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외이사들은 생각이 다르다. 원리·원칙을 따지다 보면 배임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도 나오기 전에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분쟁조정과는 결이 다르다.
김상대 금감원 분쟁조정국장은 "이번 결정은 현실적으로 도출 가능한 최선의 결론"이라며 "과거 키코 불완전판매에 따라 지급해야 했던 배상금을 뒤늦게 지급하는 것인 만큼 배임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분쟁조정위원장을 맡은 정성웅 금감원 부원장보도 "키코는 피해기업과 은행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었다"며 "지금이라도 피해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야말로 금융산업이 오래된 빚을 갚고 한 단계 더 성숙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조정안 수락 시한(조정안 접수 후 20일)을 연장해서라도 은행들의 적극적인 배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s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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