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금지, 사후 논의냐"…국토부에 날 세운 플랫폼업계
'타다'는 불참…국토부 "중소 스타트업 진출 부담없게 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국토교통부가 일명 '타다 금지법'의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플랫폼 업계와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지만 초반부터 플랫폼 업계가 "우선 금지, 사후 논의"라며 날을 세웠다.
이번 논란의 중심인 '타다' 측은 아예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오후 서울 역삼동에서 플랫폼 업체와 간담회를 열었다.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추진 경과를 공유하고 플랫폼 업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 자리에 국토부에서는 김채규 교통물류실장과 김상도 종합교통정책관이, 업계에서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카카오모빌리티, KST모빌리티, 벅시, 타고솔루션즈, 우버, 파파 등이 참석했다.
김채규 실장은 모두발언에서 "플랫폼 제도화 법안은 특정 업체의 사업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 아닌 제도권 내로 수용해서 불확실성을 벗어나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게 최우선 목표"라는 기존 정부의 입장을 재차 설명했다.
김 실장은 이어 "정부는 법 개정 후 하위 법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중소 스타트업이 진출하는 데에 부담이 없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사업 허가시 수반되는 기여금 등은 일정 수준으로 성장할 때까지 면제하거나 대폭 감면하는 등 진입 장벽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기여금 산정 방법도 다양하게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가맹사업 등과 관련 규제도 완화하겠다"며 "기재부 등 관련 부처와 논의를 통해 적극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플랫폼 업계 달래기에 나섰다.
당초 국토부는 '타다' 외의 다른 스타트업은 오히려 플랫폼 운송사업이 빨리 제도화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타다' 측을 비판했지만 정작 이날 간담회의 초반 분위기는 달랐다.
플랫폼 업계를 대표해 모두발언에 나선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오늘 이 자리에 무거운 마음으로 왔다"며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뗐다.
그는 "'앞문을 열어주고 뒷문을 닫겠다'는 정책으로 스타트업이 죽어갈지, 새 기회가 열릴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이는 여객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택시 산업의 혁신과 상생을 위해 플랫폼사업을 위한 앞문은 열어주면서도 논란과 갈등이 야기된 뒷문은 동시에 닫아야 한다"고 말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최 대표는 이어 "정부와 국회가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신산업과 국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됐다"며 "관련 스타트업은 죽어가고 있고, 정부가 혁신 기회를 주겠다는 플랫폼 운송 사업은 총량제와 기여금 등 족쇄와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빌리티 투자는 얼어붙었다"며 "이는 투자자와 시장이 먼저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업계는 총량과 기여금 등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제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차례 제안했지만 돌아온 것은 시행령을 논의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며 "이는 우선 금지, 사후 논의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 개정안 논의로 '타다'가 정부와 갈등을 빚는 것에 대해서도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스타트업을 비난하거나 업계의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달라"며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책임 있는 논의를 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타다' 측은 당초 이날 간담회에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10일 국토부가 '역공'에 나서며 불참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타다' 관계자는 "오늘 간담회는 사실상 '타다 금지법'을 추진하는 자리"라며 "원래는 임원이 참석하려고 했지만 취소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상도 국토부 정책관은 10일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타다'는 혁신 산업을 '죽일거냐, 살릴거냐'라는 이분법적인 논쟁으로 몰고 가지 말고 택시와의 구체적인 상생 대안을 제시하라"며 '타다'를 정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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