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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레바논정부 금융지원 요청에 '퇴짜'…"시위대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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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레바논정부 금융지원 요청에 '퇴짜'…"시위대 지지"
유엔·프랑스 주도로 파리서 지원 회의 열려…"정부구성과 개혁이 먼저"
레바논 시위대 '전문가 정부' 촉구…"도적한테 지원하지 말라"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심각한 재정난과 외화부족에 허덕이는 레바논 임시정부가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레바논 지원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는 11일(중부유럽 현지시간) 파리에서 유엔·프랑스 주도로 회의를 열고, 안정적 정부 구성과 개혁을 레바논에 촉구했다.
이날 회의는 반정부 시위로 사임한 후 임시로 정부를 이끄는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레바논은 식량과 에너지 같은 필수품을 수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심각한 외화 부족을 겪고 있다.
이날 레바논 지원 국제회의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독일, 아랍에미리트,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이 참석했다.
이들은 레바논 임시정부의 금융 지원 요청을 일단 수용하지 않았다.


참가국과 기구는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코뮈니케)에서 "급격한 경제 악화에 제동을 걸기 위해 (중략) 균형 재정과 금융 안정을 복구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신뢰할 만하며 포괄적인 경제 개혁 프로그램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데이비드 솅커 미국 국무부 근동 담당 차관보는 하리리 임시총리가 요청한 구제 자금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참석자들은 레바논이 신뢰할 만한 정부를 구성하기까지 모든 재정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로이터통신이 익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백지수표나 구제금융은 없다"고 덧붙였다.
솅커 차관보는 국제사회가 주민의 고통을 고려해 인도주의 구호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규모나 시기 등은 자세히 제시하지 않았다.



레바논은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장기 내전을 겪은 후 고질적 경제난에 허덕였다. 내전의 여파로 전문성보다는 종파적 대표성에 초점을 두고 구성된 정부는 주민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무능과 부패로 비난을 받았다.
시리아내전으로 대거 유입된 난민은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레바논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국제사회는 레바논에 110억달러(약 13조원)를 개혁 조건부로 지원하기로 했으나, 개혁 과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민생고 속 레바논 정부의 재정 확충 시도는 시위에 불을 댕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누적된 주민의 불만은 올해 10월 17일 정부의 '소셜미디어 부담금' 부과 결정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로 폭발했고, 시위 장기화에 하리리 총리가 물러나면서 정치적 마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회의가 열린 파리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국제사회가 레바논 임시정부의 지원 요청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 시민은 베이루트 주재 프랑스대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임시정부는 (중략) 더는 레바논인을 대표하지 않는다. 우리는 구제자금이 낭비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시위대는 막대한 국가부채, 실업률 등 경제난과 기득권 정치인들의 부패를 비판하면서 전문적 기술관료로 내각을 구성하라고 요구한다.
사임한 하리리 임시총리는 시위대의 바람대로 기술관료로 구성된 내각을 구성하고자 하지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비롯한 친(親)이란 세력은 정파를 배려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레바논 지원 국제회의 폐회사를 통해 레바논 정치체계 전면 혁신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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