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Z 놓고 터키와 갈등빚는 그리스, 유엔안보리에 논의 요청
서한 통해 "인정 못한다" 입장 전달…EU에도 지지 당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에게해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문제로 터키와 갈등을 빚고 있는 그리스가 해당 사안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논의를 요청했다.
10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9일 밤 안보리 의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터키와 리비아 간 체결된 EEZ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안보리에서 이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논의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리스는 서한에서 터키-리비아 간 EEZ 협정이 국제 해양법상의 경계 규정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법적 근거 없는 합의라고 강조했다.
대놓고 자국의 주권을 침해한 것은 물론 지역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는 지적도 곁들였다.
그리스는 지난달 27일 터키와 리비아 간 합의된 EEZ 수역이 자국의 기존 EEZ 경계선을 침범한다며 강하게 항의해왔다.
EEZ은 자국 연안에서 200해리(370.4㎞)까지 모든 자원의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유엔 국제해양법상의 수역을 일컫는다. 다만, 인접 국가끼리 수역이 겹칠 경우 상호 협의로 이를 정하게 된다.
하지만 터키와 리비아 간에는 수역 또는 경계선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수역 획정 협의 자체가 불필요하고 결과적으로 합의 내용도 무효라는 게 그리스 측 주장이다.
그리스는 9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도 서한을 보내 이러한 의견과 함께 터키-리비아 간 EEZ 합의를 인정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했다.
아울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며 회원국들의 지지를 요청했다.
호세프 보렐 신임 EU 외교·안보대표는 해당 사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좀 더 면밀한 검토 후 대응 방식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와 터키는 외교 안보와 영토 주권 문제 등을 중심으로 그동안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온 '앙숙'이다.
1923년 로잔 조약에 따라 터키와 그리스 사이 에게해 섬 대부분은 그리스 영토가 됐으나 터키는 이를 완전히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1970년대에는 에게해 시추권 등을 둘러싸고 양측이 세 차례 전쟁 직전까지 가는 위기 상황을 겪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최근 터키와 리비아 사이에 있는 크레타 섬 남쪽 해상에서 리비아와 천연가스 공동탐사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혀 그리스 측을 자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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