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화성탐사 로버 큐리오시티와 마즈 2020
10년 가까운 과학기술 발전 반영해 최첨단 업그레이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내년 여름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새로운 화성탐사 로버 '마즈 2020'이 발사돼 붉은 행성에 도착하면 화성 표면에서 활동하는 로버는 다시 두 대로 늘어난다.
지난해 5월 화성 전체를 휘감은 먼지 폭풍으로 설계수명을 훨씬 넘기며 활동해온 '오퍼튜니티(Opportunity)'가 전력을 아끼기 위해 동면에 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하면서 임무 종료가 선언되고 '큐리오시티(Curiosity)'만 홀로 가동돼 왔다.
태양광 충전으로 동력을 얻는 오퍼튜니티호는 행성 전체를 덮고 3개월 넘게 이어진 극심한 먼지 폭풍을 견뎌내지 못했지만 핵 추진 로버인 큐리오시티는 먼지 폭풍 속에서도 정상적으로 탐사 활동을 펴왔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 따르면 마즈 2020은 이런 큐리오시티를 모델로 해 제작돼 쌍둥이처럼 빼닮았다. 하지만 탐사 목표는 물론 카메라와 로봇팔을 비롯한 각종 장비는 10년 가까운 기간의 과학기술 발달을 반영해 최첨단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지난 2012년 8월에 화성에 착륙한 큐리오시티는 게일 크레이터를 탐사하며 수십억년 전 고대 호수의 흔적과 미생물이 살았을 수도 있는 환경을 찾아냈으며, 약 5㎞ 높이의 샤프산을 오르며 생명체 흔적을 찾고 있다.
마즈 2020은 내년 말께 게일 크레이터에서 약 6천㎞ 떨어진 예제로 크레이터에 착륙할 예정이다. 고대 삼각주로 추정되는 이곳에서 옛 생명체나 생물지표를 탐사하는데, 토양과 암석 샘플을 채취해 나중에 다른 우주선이 지구로 가져와 정밀분석을 할 수 있게 준비하는 작업도 하게 된다.
로버 본체는 마즈 2020이 큐리오시티보다 12㎝ 길고, 무게도 1천25㎏으로 36㎏ 더 나간다.
로봇팔 길이는 2.2m로 같지만, 드릴이나 카메라 등 과학 장비를 장착할 수 있는 장치인 터릿(turret)의 무게는 마즈 2020이 45㎏으로 큐리오시티의 30㎏보다 더 무겁다.
더 큰 드릴과 장비를 장착하기 위해 터릿의 무게를 높였는데, 암석 샘플을 현장에서 분쇄해 화학 성분과 광물 구성을 분석하는 큐리오시티와는 달리 마즈 2020은 암석의 중심부를 손상시키지 않게 채취해 용기에 담아 본체 내에 보관하게 된다.
큐리오시티에는 카메라가 컬러용 4개를 비롯해 모두 17개가 장착돼 있다. 마즈 2020은 이를 23개로 늘리고, 대부분을 컬러용으로 달았다. 큐리오시티의 마스트 카메라를 개선해 마즈 2020 마스트에 장착한 '마스트캠-Z'는 줌 기능에다 고선명 동영상과 파노라마 촬영도 가능하게 했다.
마즈 2020의 바퀴는 화성 표면의 날카로운 돌이 큐리오시티의 바퀴에 예상보다 큰 압력을 가해 구멍을 낸 것으로 밝혀져 큐리오시티 바퀴보다 크기를 약간 더 키우고 폭은 더 좁혀 압력을 분산시켰다.
또 바퀴의 홈은 V형에서 -자형으로 바꾸고 바퀴당 홈도 24줄에서 48줄로 늘렸다. 이런 바퀴 홈은 화성의 날카로운 돌 뿐만 아니라 모래 표면에서도 효율적인 것으로 화성 환경 시험을 통해 확인됐다고 한다.
화성에서 운용돼온 로버들은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화성 현지시간(sol·1t솔=24시간37분23초)으로 아침부터 할 일을 지구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로부터 지시받아 작동한다.
지구에서는 로버가 활동한 내용을 보고받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 할 일을 프로그램하고 오류가 없는지 시험한 뒤에 전송하는데, 큐리오시티의 경우 처음에는 이 과정에 평균 19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숙달되면서 이 시간을 7시간까지 줄인 상태다.
마즈 2020는 큐리오시티보다 경로를 5배나 빨리 계산할 수 있고, 지구의 명령 없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폭이 넓어져 지구에서 명령을 전달하는 데 드는 시간을 5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이는 마즈 2020이 더 많이 탐사하고 더 많은 샘플을 채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그만큼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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