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뉴노멀" 영국총선 앞두고 온라인 조작·가짜뉴스 난무
외국공작·지지세력 선동 넘어 정당·당수들까지 버젓이 가세
"정보왜곡 민주화"…무차별 조작에 사회신뢰 저해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오는 12일(현지시간) 영국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와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특정 정당의 은밀한 지지세력, 외국 공작원을 넘어 정당이나 후보들까지도 정보왜곡에 가세하는 터라 선거를 통해 사회의 신뢰가 상처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조기총선을 선언한 이후 6주 동안 온라인에는 정체를 속인 트위터 계정, 조작된 동영상, 의문스러운 웹사이트, 해외세력의 개입 정황 등이 난무했다.
집권 보수당은 제1 야당인 노동당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정책을 담당하는 의원이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못하는 것처럼 조작된 동영상을 유포했다가 결국 사과했다.
보수당은 중립적인 팩트체크 단체인 것처럼 트위터 계정을 꾸몄다가 트위터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나아가 보수당은 구글에서 광고를 사들여 노동당의 선거 정책공약을 검색하면 해당 공약을 비판하는 웹사이트가 가장 먼저 검색결과에 나타나도록 하기도 했다.
노동당도 출처가 불분명한 문건을 일단 진실처럼 유포하고 보는 정보왜곡 행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유출된 기밀로 판단한 문건을 인용해 보수당이 브렉시트 후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체결하면 국민건강서비스(NHS)가 약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건은 인터넷 문답 사이트인 레딧에 게재된 것이었다. 레딧은 이 문건이 러시아의 허위정보 유포 공작과 연계된 것이라고 나중에 밝혔다.
정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가짜뉴스 공유가 일상이 돼버린 모습이다.
영국 내에 있는 힌두 유권자들이 무슬림에 포용적인 노동당에 표를 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슬림을 향한 반감을 자극하는 메시지가 왓츠앱과 트위터에 돌았다.
다른 한편에선 지난달 영국 런던 브리지에서 발생한 한 무슬림의 흉기난동이 보수당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공작이었다는 가짜뉴스가 노동당 지지자들 페이스북에서 떠돌았다.
언론사를 사칭한 가짜뉴스도 목격됐다.
조 스윈슨 자유민주당 대표가 다람쥐 사냥을 즐긴다는 허위정보가 데일리미러의 뉴스인 것처럼 조작돼 온라인에 유포됐다.
이 사태는 스윈슨 대표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위 확인 요청을 받고 그의 부인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선거철에 여론을 움직이려고 누구나 손쉽게 가짜뉴스를 뿌리는 게 '뉴노멀'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전략대화연구소(ISD)의 선임 연구원인 제이컵 데이비는 "정보왜곡의 민주화"라며 "누구든지 아무나 이런 전략을 꺼내 들 수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는 "정보왜곡이 표준이 돼버린 게 이번 영국 총선"이라며 "몇 년 전만 해도 적성국의 한 주체가 거대하고 조직적인 공작을 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제는 더 많은 이들이 연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전통적 매체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의 영향력 차이가 불분명한 면이 있는 만큼 이번 영국 총선에 정보왜곡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정보조작이 기승을 부리면 구성원들의 신뢰관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만큼은 선명하다.
영국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의 연구원인 리사-마리아 뉘데르트는 "이기려면 뭐든지 다하겠다는 짓"이라며 "다수가 법망을 빠져나가 합법적으로 저런 행동을 한다는 데 문제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정보왜곡을 조사하는 단체인 퍼스트드래프트는 가짜뉴스 사태는 결국 단 하나, 신뢰 저해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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