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싱가포르 총선 전 정치광고 안 싣는다"…野 "정부에 굽신"
페이스북 '정정 공고' 첫 게시 이어 '가짜뉴스 법' 후폭풍 계속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수개월 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두고 싱가포르에서 정치 광고를 싣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50년 이상 집권 중인 인민행동당(PAP)에 우호적으로 평가되는 기존 매체에 대항할 홍보의 장으로 인터넷 공간을 활용해 온 야권은 구글이 싱가포르 정부에 굽신거리고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5일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야당인 싱가포르민주당(SDP)은 전날 구글이 정치 광고를 싣는 것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는 폴 탐비아 당 대표가 구글 측과 교환한 것이라며 공개한 이메일 서한에 따른 것이다.
이 서한에 따르면 탐비아 대표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싱가포르 국민들에게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에 많이 의존해 왔다"면서 "새로운 (구글의) 정책은 걱정스럽고 매우 실망스럽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구글 측은 '온라인 정치광고의 투명성을 위한 직업 규약'에 의해 규제되는 광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직업 규약'은 논란 속에서 지난달 발효한 '온라인상의 거짓과 조작으로부터의 보호법'(Pofma)의 일부분이다.
이 법에 따르면 디지털 광고와 인터넷 중개인으로 지정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위챗 등 IT 업체들은 정부가 요구할 경우, 정치 광고 등 정치 관련 내용물을 게시하길 원하는 이들의 신원을 밝혀내 정부에 제공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구글의 정부 및 공공 정책 부문 테드 오시어스 부사장은 서한에서 "구글은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유용하고 적절한 선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데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내리기 쉬운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구글은 탐비아 대표가 공개한 서한이 양 측간 오고 간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SDP 측은 서한을 공개하면서 "(구글의) 충격적인 정책은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로부터 정보를 빼앗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다른 야당인 전진싱가포르당(PSP)의 브래드 보이여 의원은 AFP 통신에 "미디어는 지배당하고 있고 이제는 소셜미디어까지 굽신거리고 있다는 점이 우리를 매우 낙담시키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구글과 다르게 페이스북은 아직 싱가포르에서 정치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도 지난 주말 싱가포르 정부의 요청을 받고 반정부 인사가 올린 포스트에 '가짜뉴스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정정 공고를 게시한 바 있는 만큼, 구글의 행보를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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