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사회적 가치는 생존 문제…행복한 사회 만들고파"
포스코 기업시민 행사에서 특강…"기업간 유무형 자산 공유 필요"
"인식 바꾸는 일 가장 어려워…기업, 지속가능한 사회 기여해야"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며 "누구도 변화가 달가운 사람은 없지만 변해야 하니 변하는 것이고 변화를 즐겨보자는 식으로 태도를 바꿔보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3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9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공유의 장' 특별강연을 통해 "전통적으로 기업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게 기본 목표지만, 이제는 가격이 싸다고 소비자가 물건을 사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존에도 기업은 일자리 창출, 세금 납부 등을 통해 사회적 책무를 하고 있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공감대가 생겼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현대사회의 문제는 과거보다 훨씬 확대되고 심화하고 있다"면서 "사회문제 발생 속도는 상당히 빠른데 해결 속도는 더디면서 갭(gap·격차)이 점점 더 커지고 있고 그만큼 기업의 역할 또한 강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대표적 사례로는 글로벌 친환경 캠페인인 'RE100'을 들었다.
RE100은 기업 등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선언하는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이다. 지난 9월 기준 애플, 구글, GM, BMW, 코카콜라 등 전 세계 194개 기업이 RE100에 가입했지만, 국내 참여 기업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최 회장은 "우리가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RE100"이라며 "예컨대 반도체를 만들 때 쓰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바꾸라는 요구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제품을 싸게 만드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시장의 요구가 생기고 있는 만큼 고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고 측정하는 것에도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유무형 자산을 공유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내가 가진 지식, 데이터, 아이디어, 경험, 네트워크 등을 적은 비용으로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직 기업끼리는 공유를 잘 안 하고 있는데 이게 계속되면 오히려 돈을 못 벌게 된다"며 "더 잘 공유하는 나라, 경제가 더 효과적이고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가치와 달리 사회적 가치는 개인마다 생각하는 가치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내 자원과 시간을 넣으려면 측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준이 없어 힘들다고 하지만 처음에는 경제적 가치도 기준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SK그룹은 지난 5월부터 SK이노베이션[096770]을 비롯해 17개 주요 관계사가 2018년 한 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차례로 공개했다.
최 회장은 "정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측정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무언가를 재기 시작하면 기준선이 하나씩 마련되면서 발전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 비용이 늘어 경제적 가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자는 건 그저 사회공헌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가치를 전하는 일"이라며 "잠재고객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SK 내부적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우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행복이라고 말한다"며 "그들(고객)을 행복하게 해야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회사란 있을 수 없다"며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고민하는 기업이 많이 연합된다면 최소한 당장 무너지지 않는 사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기업의 사명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와 상통하는 개념인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삼고 있는 포스코의 초청으로 강단에 섰다.
최 회장은 "(기업의 역할을 통해) 조금 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생각할 것이라 믿고 나도 그렇게 믿어서 이 자리를 흔쾌히 수용했다"고 강연자로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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