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지지로 구의원 석권한 홍콩 야권…"안주할 때 아냐"
친중파 지지도 45%…정치 경험 부족·민생 해결 과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80% 이상 의석을 휩쓰는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둔 가운데 야권이 지방 의회 '수권 세력'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민주 압승 후 홍콩 이공대 시위 현장…경찰이 달라졌다? / 연합뉴스 (Yonhapnews)
우선 야권이 구의회의 절대다수의 의석을 차지했지만 건제파로 불리는 친중 정당을 지지한 유권자의 비율 역시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2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집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 후보들이 전체 투표수의 55%의 지지를 얻은 가운데 친중 진영 후보들은 41%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구별로 1위 후보자만 당선되고 나머지 후보자들의 득표는 사표가 되는 소선거구제의 이득을 범민주 진영이 톡톡히 누린 셈이다.
친중파 진영이 다수 득표를 한 과거에는 야권이 상당한 득표율을 기록하고도 이에 상응하는 의석을 얻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결과가 반대가 됐다.
홍콩 야권 후보들은 지난 2014년 구의원 선거 때도 평균 47%가량의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따라서 민주 진영 내부에서도 의석수를 기준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이뤄냈지만 작금의 승리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풀뿌리 정치 단위인 구의회를 완전히 장악한 민주 진영이 민주화 요구 확대라는 거대 정치 담론을 넘어서 향후 주민들의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등 새로운 '수권 능력'을 보여주는 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홍콩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가 당선되는 등 젊은 시민사회단체와 학생운동 지도부가 대거 구의원으로 진입하면서 정계에 새로 진출했다.
따라서 젊은 시위 지도부가 대거 구의회에 진입하면서 정치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유권자들이 만족할 만한 의정 활동 펼쳐낼 수 있을 것인가도 하나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홍콩 구의원은 국회의원 격인 입법회 의원도 겸직할 수 있어 야권은 향후 세력을 넓혀나갈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민주당 부대표를 지낸 앤서니 청은 SCMP에 "권력에는 책임이 함께 따른다"며 "야권 정치인들은 구의회에서 지역 공동체의 삶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범야권에 궤멸적 패배를 당했지만 민건련을 비롯한 친중파 정당들이 6개월에 걸친 시위 사태로 크게 불리한 여건에서 일정한 지지층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범민주 진영의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는 중도층 표심의 향배에 따라 정국이 또 바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 평론가인 맥스 웡 홍콩대 교수는 "많은 친중 진영 후보들은 상대방이 더 많은 표를 모았기 때문에 선거에 진 것"이라며 "홀든 차우 같은 민건련 후보들은 (지난 선거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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