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볼리비아 전 부통령 "모랄레스 축출은 명백한 쿠데타"
브라질 언론 인터뷰…"정의 보장되지 않으면 대선 불참"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전 볼리비아 부통령이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 축출을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리네라 전 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와 인터뷰를 통해 미주기구(OAS)의 대선 결과에 대한 감사와 부정 시비, 반정부 시위, 군부의 사퇴 압력 과정에서 쿠데타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함께 멕시코로 망명한 리네라 전 부통령 인터뷰는 전날 전화로 이뤄졌다.
리네라 전 부통령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쿠데타"라면서 "대통령은 평화를 촉구하고 평화로운 해결 의사를 밝혔으나 이런 노력이 무시됐다"고 강조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이 우파 야당인 사회민주주의운동 소속 자니네 아녜스 상원 부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들 국가는 중남미 지역 민주주의를 걱정하기보다 이념적 기준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면서 "중남미는 예전에 없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볼리비아 상·하원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출마를 배제한 새로운 대선 시행안을 가결한 가운데 리네라 전 부통령은 "정의가 보장되지 않으면 대선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리네라 전 부통령은 현재 볼리비아에서 벌어지는 모랄레스 지지 시위대에 대한 탄압 행위 중단을 촉구하면서, 사태가 해결돼도 자신과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랄레스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코차밤바 코카재배농협회의 안드로니코 로드리게스 부대표 역시 지난 24일 이 신문과 전화 인터뷰에서 "모랄레스 사퇴는 강압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쿠데타 주장을 제기했다.
앞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올해 30세인 로드리게스를 차세대 지도자로 지지자들에게 소개했다. 로드리게스는 현재 볼리비아 내에서 벌어지는 모랄레스 지지 시위를 이끌고 있다.
한편, 브라질 정부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 사퇴 과정에서 쿠데타가 있었다는 주장을 일축하면서 아녜스 '임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 입장을 확인했다.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브라질 외교부 장관은 "브라질 정부는 볼리비아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며 모랄레스 사퇴는 민주적 질서 유지를 위한 길로 이해한다"면서 "브라질 정부는 볼리비아의 평화적·민주적·합법적 정권 교체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아녜스 부의장의 '임시 대통령' 자처를 헌법 위반으로 규정하면서 "역사상 가장 교활하고 가증스러운 쿠데타"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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