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보우소나루 신당' 선거번호 38번 의미 논란
'38구경 권총' 주장 제기…보우소나루 "38번째 대통령의 정당이란 뜻"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새로운 정당인 '브라질을 위한 동맹(APB)' 창당 작업에 나선 가운데 신당의 선거번호를 38번으로 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모든 정당이 고유의 선거번호를 갖고 있으며, 이를 대선을 비롯한 각급 선거에서 사용한다.
23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정치권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38번을 선택한 것을 두고 '38구경 권총'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신당을 창당하면서 좌파와 사회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총기 소유 규제 완화를 추진한 것이 이런 주장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38번은 내가 브라질의 38번째 대통령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기억하기 쉬운 번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38번이 38구경 권총을 의미한다면 12번이나 45번을 사용하는 다른 정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기존 정당들이 좋은 번호를 사용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브라질에서 연방선거법원에 등록된 정당은 35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하원에 의석을 보유한 정당은 27개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브라질을 위한 동맹' 측이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행동을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21일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창당 행사에서는 수백개의 탄피를 이용해 정당 이름과 로고를 형상화한 작품을 전시했다.
한편, '브라질을 위한 동맹' 창당 행사는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 관저에서 멀지 않은 호텔에서 언론의 접근을 통제한 가운데 치러졌다.
행사장에는 공식적으로 초청된 기자 17명만 입장했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언론 노출을 피하기 위해 주차장을 통해 입장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19일 집권당 역할을 해온 사회자유당(PSL)을 탈당했다.
사회자유당은 하원의원 53명을 보유해 하원에서 좌파 노동자당(PT·54명)에 이어 원내 2당이다. 하원의원 53명 가운데 적어도 27명 정도가 '브라질을 위한 동맹'에 합류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정치 생활을 시작한 이래 1989년부터 지금까지 8개 정당에서 활동했으며 '브라질을 위한 동맹' 창당으로 9번째 당적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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