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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꼬인 관계 풀 실마리 찾은 韓통상…해결의 장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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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꼬인 관계 풀 실마리 찾은 韓통상…해결의 장 마련
日수출규제 넉달여만…수출규제 품목 축소·빠른 허가 가능성
업계, 불안감 해소 긍정적 평가…"하루빨리 日규제 완전히 철회되길"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최재서 기자 =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직전 극적으로 양국이 대화를 통한 해결의 장을 만들기로 하면서 넉달 이상 이어져온 한일 무역갈등도 한숨 돌릴 여유를 갖게 됐다.

당장 일본의 수출규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강대강으로 치닫던 상황이 가라앉고 한국과 일본이 수출관리정책과 관련한 고위급 대화를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전격 결정 / 연합뉴스 (Yonhapnews)
최악의 경우 지소미아 종료에 반대해 온 일본과 미국이 추가 규제를 시행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었던 업계도 한시름을 놓았다.
2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소미아 종료 여부는 외교·안보적 문제를 넘어 통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이었던 만큼 통상라인 역시 막판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소미아가 종료된다고 해도 여기에 반대해온 일본이나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당장 추가 규제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가뜩이나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로 어려운 한국 무역에 부담을 더하는 일이 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종료 시점까지 최선을 다해 협상한다는 방침 아래 일본 측에 모종의 '패키지 딜'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측이 일본에 제안한 방안은 큰 틀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각각 일정 부분 '양보'하는 방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 시점인 23일 오전 0시를 불과 6시간 남기고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 정지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 중단을 발표했다.
본격적인 재판 절차인 패널설치를 앞둔 상황에서 WTO 제소를 중단한 것으로 볼 때 일본 역시 한국 정부가 제안한 안을 상당 부분 수용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7월 1일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평행선을 긋던 양국 관계가 넉 달 만에 전격적으로 좁혀진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11일과 이달 19일 두차례에 걸쳐 스위스 제네바에서 WTO 무역분쟁 첫 번째 절차인 한일 양자협의를 했다.
WTO 무역분쟁에서 제소국과 피제소국이 두차례 이상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자만, 2차 양자협의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수석대표인 정해관 산업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은 "양국은 그간 두 차례에 걸쳐서 6시간씩 집중 협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조치와 입장에 대해 인식의 폭이 넓어졌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우리가 평가하기에 양측의 기존 입장이 바뀌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번의 양자협의를 거친 한국은 WTO에 본격적인 재판 절차인 패널설치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양국은 법리다툼에 들어가게 되는데 한국은 일본의 조치가 WTO가 규정한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거를 착실하게 모은 만큼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다만 패널설치가 시작되면 최종결론이 나기까지 15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릴 수 있어 정부는 대화를 통한 조속한 해결 가능성을 모색해왔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정지를 발표하면서 "한일 간 수출관리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WTO 제소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출관리정책과 관련해 한일 과장급 준비회의를 한 후 국장급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장급 대화의 경우 한국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 담당 국장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역시 한국측 관심의 대상인 수출규제 조치 문제를 전향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본 측 발표 내용에는 '현안 해결에 기여하도록 과장급 준비 회의를 거쳐 국장급 대화를 해 양국의 수출관리를 상호 확인한다', '한일 간 건전한 수출실적의 축적 및 한국 측의 적정한 수출관리 운용을 위해 (규제대상 품목과 관련한) 재검토가 가능해진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수출규제 대상 품목을 줄이거나 정상적인 민간용도 수출의 경우 개별수출 허가를 보다 신속하게 승인하는 등 기존의 수출통제를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현재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에 대해 포괄허가를 개별허가로 전환했다. 일반적인 개별수출 허가 기간은 3개월 안팎이나 액체 불화수소(불산액)의 경우 서류반려 기간까지 포함해 넉달이 지나서야 개별허가를 내줬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기 전에도 상호 대화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기존과 같은 '들쭉날쭉' 허가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의 관계를 계속 원만하게 가져갈 수 있게 됐다는 것도 한국 통상에서 안심되는 점이다. 그동안 미국은 지소미아 유지를 촉구해왔다.
일각에선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이른바 자동차 무역안보법 232조 조치 결정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지소미아 결정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았다.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할 경우 반대급부로 자동차 232조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 232조 조치 여부는 한국보다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을 타깃으로 한 것이어서 이 같은 해석은 무리라는 반박도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지소미아와 미국의 자동차 232조는 별건"이라며 "이 두 가지를 잇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물론 일본 역시 지소미아가 종료된다고 해도 자국 산업의 피해, 안보상 조치에 대한 논리적 근거 부족 등으로 쉽사리 추가 수출규제를 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악화일로를 걷던 양국 통상당국이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가 당장 철회되지 않은 데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한일 관계 경색이 완전히 풀리면 좋겠지만, 일단 지소미아 종료가 강행됐을 때 추가 무역 제재가 나올 우려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출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떨쳤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며 "나아가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완전히 풀 해결점을 하루속히 찾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un@yna.co.kr, acui7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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