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위 사태에도 홍콩 구의원 선거 '예정대로 실시' 권고"
SCMP, 소식통 인용 보도…전문가 "연기시 몇 년 내 더 큰 혼란 우려"
2003년에도 '시위 여파' 구의원 선거서 친중 진영 참패 경험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시위 혼란 속에 24일 치러지는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 진영이 패할 것이라는 관측에도 불구, 중국 최고지도부가 홍콩 정부에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도록 권고했다는 홍콩매체 보도가 나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가 15일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 선전에서 주재한 홍콩 시위 관련 비공개회의에서 관련부처에 이같이 권고했다고 전했다.
홍콩 문제를 총괄하는 한 부총리의 이번 권고는 선거를 연기할 경우 수년 안에 더 큰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중국 최고 수뇌부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광둥성의 한 소식통은 "베이징 최고 지도부가 참석자들에게 선거가 연기·취소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홍콩 소식통도 "회의는 전체적으로 홍콩 정부의 선거 사무를 지지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앞서 명보는 이 회의에 자오커즈(趙克志) 공안부장, 천원칭(陳文淸) 국가안전부장, 여우취안(尤權) 전략부장 등 정치국 위원 6명이 참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SCMP는 여기에 더해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 연락사무소,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등에서도 참석했다고 전했다.
홍콩 정부의 선거 준비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선거사무처가 홍콩 시내 620개 투표소에서 일할 공무원들에게 선거 전날 투표소 부근에서 묵을 수 있도록 최대 800홍콩달러(약 12만원)를 지원한다고 공지했다"고 전했다.
이는 공무원들이 24일 오전 6시 30분(현지시간) 투표 시작 시간에 늦지 않도록 하려는 것으로 '전례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콩 문제 전문가인 리샤오빙 난카이대 교수는 "중앙 정부는 친중 진영이 매우 힘든 싸움 중인 것을 안다"면서도 "하지만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는 게 최선이며, 그렇지 않으면 몇 년 안에 더 큰 혼란이 생길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예정대로 못 치르면 향후 2~3년 내 다른 선거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다. 매우 골치 아플 것"이라면서 "누가 지지층이 단단한 진정한 전사인지 가리고, 친중 진영을 강화할 좋은 기회일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난징대학의 구쑤 교수는 "친중 진영이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대패한 게 처음은 아니다"라면서 2003년 50만명이 참여한 '홍콩 기본법 23조(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몇 달 만에 열렸던 구의원 선거를 예로 들었다.
당시 친중국계 정당인 민건련(民建聯)은 206명의 후보를 출마 시켜 30%인 62명만 당선된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120명의 후보 중 80%인 95명이나 당선된 바 있다.
홍콩 정부 내에서 중국 본토와의 연락 업무 등을 담당하는 정제내지(政制內地) 사무국 패트릭 닙 국장은 "정부는 진정 선거를 순조롭게 치르고 싶다"면서 "시위대는 유권자의 투표권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홍콩의 중국어 신문 7곳에는 20일 '홍콩을 사랑하는 주민 모임' 명의로 유권자들에게 "투표권을 행사하고, 홍콩이 폭력으로 망하게 두지 말자"고 호소하는 전면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