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판막협착, 무증상도 수술해야"…국내 의료진 NEJM에 논문
서울아산병원, 환자 145명 6년 추적결과…"명확한 치료 기준 제시 성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국내 의료진이 '증상 없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치료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판막이 좁아져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데 문제가 생기는 질환으로, 인구 고령화로 유병률이 느는 추세다. 호흡 곤란, 흉통, 실신 등 증상이 있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의 경우 대동맥판막 교체술이 표준치료법이지만, 증상이 없는 환자는 수술이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강덕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연구팀은 2010년 7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판막 입구가 0.75㎠ 이하로 좁아진 '무증상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145명을 보존치료 그룹(72명)과 조기수술 그룹(73명)으로 나눠 추적 관찰한 결과, 조기수술이 사망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과학 저널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 최신호에 발표됐다.
보통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3분의 1은 무증상 상태에서 심장초음파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된다. 지금까지 이에 대한 표준치료는 특별한 치료 없이 주의 깊게 관찰하다가 증상이 발생하면 대동맥판막을 교체하는 수술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증상이 없다고 해도 관찰만 하기보다는 조기에 적극 수술을 하는 게 환자에게 이롭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평균 6년의 추적 관찰 기간 중 진단 후 2개월 이내에 적극적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의 수술 사망률(심혈관 사망률)은 6.8%였지만, 보존적 치료그룹은 이런 비율이 20.8%에 달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전 세계 심장학계에서 명확한 치료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던 질환에 대해 처음으로 임상적인 근거를 제시한 데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책임자인 강덕현 교수는 "연구 논문이 세계적 권위의 NEJM에 발표된 이후 전 세계 의학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만약 심장초음파 등에서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진단받았다면 2개월 이내에 수술을 받아야만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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