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여만에 -98% → +2%…비전문가에겐 너무도 가혹한 DLF
손실 확정분 -52.7% vs 향후 만기도래분 예상손실률 -13.3%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원금 손실로 물의를 빚은 파생결합펀드(DLF) 상품이 초고위험 파생금융상품의 위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같은 상품을 가입한 사람이 사실상 원금 전액을 잃은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어떤 사람은 1년 정기예금을 넘는 수익을 벌어들였다.
비전문가들은 견뎌내기 어려운 변동성 극한 시장의 실체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DLF 사태가 불거진 지난 8월 초부터 이달 8일까지 손실이 확정된(만기상환+중도환매) 독일 국채금리와 미국·영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연계 DLF 상품 2천80억원어치의 평균 손실률은 52.7%다.
평균적으로 원금 절반 이상을 잃었다는 의미다.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의 평균 손실률은 62.5%로, 미·영 CMS 금리 연계상품의 손실률 45.9%보다 높았다.
최악의 사례는 지난 9월 26일 만기가 돌아온 독일 국채금리 연동 DLF였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이 상품의 손실률은 98.1%였다.
상품 구조상 원래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했는데 쿠폰금리 등을 받아 그나마 1.9%를 건진 것이다. 1억원을 맡긴 투자자가 190만원을 돌려받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반면 두 달 반쯤 뒤인 11월 12일 만기인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 상품에선 2.2% 수익이 발생했다.
최근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1%대에 형성돼 있음을 감안하면 정기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 상품은 원금 전액 손실의 위험을 피했다는 것만으로도 투자자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지난 8일 독일 국채금리와 미·영 CMS 금리를 기준으로 향후 만기가 도래하는 관련 상품의 평균 손실률을 산출해보면(금리 유지시 가정) 13.3%다. 앞서 손실이 확정된 상품(-52.7%)과 비교하면 손실률이 ¼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독일 국채금리 연동 상품의 8일 기준 손실률은 2.5%로 원금을 거의 회복했다. 앞서 손실이 확정된 독일 국채금리 상품의 평균 손실률인 62.5%와 상당한 격차다.
8일 기준 미·영 CMS 금리 상품의 손실률은 14.1%로 손실 확정 상품의 손실률인 45.9%와 비교하면 ⅓ 수준이다.
DLF 손실률이 이처럼 롤러코스터를 탄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최근 급진전한 영향이 크다.
양국이 1단계 합의에 이를 경우 전세계 교역량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경기에 훈풍이 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채권금리 상승에 베팅한 결과다.
연합인포맥스 기준 10년 만기 독일 국채금리는 지난 8월 15일 연 -0.7121%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이달 8일 -0.2593%까지 올라섰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도 8월 15일 연 1.5278%를 기록한 이후 이달 8일 1.9424%로 올랐다.
주요국 국채금리가 단기 바닥을 형성했던 8월 하순이나 9월 하순~10월 초순에 만기가 돌아온 사람들에게 특히 피해가 컸다. 특히 이 기간에 중도환매를 결정한 사람들은 손실에 더해 원금의 5~7% 상당의 중도환매수수료까지 지불해야 했다.
중도환매하지 않고 기다렸다면 손실 상당 부분이 회복되는 상황이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DLF 상품의 이런 급등락 속성에 대해 "갬블(gamble·도박)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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