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클렌징이 암·노화예방?'…일본서 효과 논란
전문가 '효과 임상 근거 없고 세균감염 위험', 후생성 '정보 수집중'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의료용 오존'을 섞은 후 다시 환자의 몸에 집어넣는 '혈액 클렌징(세척 또는 정화) 요법'이 일본 인터넷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에는 탤런트 등이 치료를 받는 사진이 올라오고 암과 백혈병,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폐렴 등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병·의원 등 의료기관도 많다.
SNS에는 '효과가 없다'는 의사들의 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국회에서도 주무 부처인 후생노동성에 혈액 클렌징 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묻는 의원의 질문이 나오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걸쭉한 피를 꺼내 오존으로 세척 정화해 사각사각한 혈액으로", "HIV, 간염, 백혈병, 알레르기에 효과", "당뇨 합병증, 항암제 치료 부작용…"
11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혈액 클렌징'을 검색하면 이런 문구를 내건 다수의 의료기관 홈페이지가 뜬다.
복수의 의료기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혈액 클렌징요법은 혈액 100~200㏄ 정도를 정맥에서 채혈해 '의료용 오존가스'를 섞은 후 체내로 다시 집어넣는 의료행위다.
오존과 혈액이 접촉함으로써 과산화수소가 발생, 적혈구에 의한 산소운반능력이 높아지면서 백혈구의 면역반응을 향상시켜 혈액을 사각사각 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명칭도 혈액오존요법, 혈액오존바이털요법, 대량자가혈 오존요법 등 다양하게 불린다.
인스타그램에는 몇년전부터 탤런트 등 예능인이 '치료를 받았다'는 등의 투고가 잇따르고 있다. '몸을 메인테넌스(관리·유지)'한다거나 '피로가 쌓여서 (혈액 클렌징을 받으러) 가야했다' 등 효과를 강조하는 내용이 많다. 예능인이 아닌 사람들의 채혈시 거무스름했던 피가 선명한 적색으로 변한 사진과 함께 '#혈액 클렌징', '#메인테넌스', '#노화방지' 등 해시태그를 붙인 투고가 이어지고 있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노화를 막아 여러가지 질환 등이 치료된다며 만능을 강조하는 선전에 많은 전문가들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혈액 클렌징요법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의료기관이 한 번에 1만 엔(약 10만6천 원) 정도의 요금을 받으며 대개 10회 정도의 치료를 권한다. 개중에는 오존농도가 다른 의료기관의 1.5배로 높다며 요금을 한번에 2만엔으로 책정한 의료기관도 있다.
민간요법에 밝은 후쿠오카(福岡)의 내과의사 사카이 겐지(酒井健司)는 여러가지 병에 널리 효과가 있다는 임상적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효과가 분명하지 않고 요금이 비싼데다 잠재적인 위험도 있다. 그런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게 문제"라는 것이다.
오존에는 피 덩어리를 만들거나 혈관을 수축시키는 작용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심근경색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공짜라고 해도 나는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립암연구센터 혈액종양과의 이쓰즈 고지(伊豆津宏二) 의사는 "의학적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없다. 피를 채취해 체내로 돌려보내는 사이에 세균감염 위험이 있다. 짧은 시간이라면 위험성이 작지만 제로라고는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달 6일에는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입헌민주당 오쓰지 가나코(尾?かな子) 의원이 혈액 클렌징의 효과와 위험성에 대해 파악하고 있느냐고 질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후생노동성 담당자는 "일부 의료기관에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효과와 위험성에 대해 현시점에서 당국이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관련 학회와 연대해 정보를 수집중"이라고 답변했다.
아사히는 이 요법을 채택하고 있는 의사들이 속해있는 일본산화요법의학회 사무국에 문서 등으로 회신을 요구했지만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등의 이유로 8일 오후 5시까지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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