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케일린 교수 "과학은 공학과 달라…응용 강조는 압박"
8일 고등과학원에서 해설 강연…연구 원동력은 '즐거움'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과학'은 '공학'과 다르다. 지식이 충분히 축적되고 다져진 뒤에야 응용이 가능하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인 윌리엄 케일린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8일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2019 노벨상 해설 강연'에 연사로 나서 "(연구비 지원을 하는 곳에서) 3년, 5년 뒤 어떤 결과를 낳을 거냐고 묻는데, 연구자에겐 '압박'으로 느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저와 공동수상자 두 명이 모두 의사이자 과학자인데, (생명현상의) 메커니즘을 충분히 연구한 뒤 적용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케일린 교수는 '세포의 산소 감지·반응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피터 랫클리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그레그 서멘자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와 함께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케일린 교수는 유전질환인 폰힙펠-린도우병(VHL disease)을 연구했고, 이 질환을 일으키는 VHL 유전자 돌연변이와 암 발생 과정을 규명했다.
좋은 연구 성과를 거둔 비결을 '낚시'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자주 다녔다며 "낚시는 터를 잡는 게 중요하고 운이 좀 따라줘야 하는데, 나도 'VHL'이라는 좋은 터를 잡았고 (운이 좋아) '월척'을 낚게 됐다"고 말했다.
케일린 교수는 "퍼즐을 찾는 것을 좋아해 임상의학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면서 연구의 원동력으로 '즐거움'을 꼽았다. 또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모든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과거에 발견되지 않은 걸 찾는 건 영광"이라면서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가 탁월한 기회이고, 예상했던 결과만 나오면 되레 (연구를) 확대할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과 관련한 '꿈'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수상 발표 전날 (노벨상 수상을 알리는) 전화를 받을 시간이 지나 깨는 꿈을 꿨다"며 "그래서 실제 수상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을 때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고 말했다. 수상 소식을 알게 된 뒤에는 옥스퍼드대에 재학 중인 딸에게 가장 먼저 알렸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대한 인상도 간단히 소개했다. 케일린 교수는 "한국전쟁 후의 복원을 보고 한국 국민에 경외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방한해서 전쟁기념관에 갔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선 "'어떻게 노벨상을 받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케일린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대를 찾았고 지난 5일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강연하는 등 국내 중·고등학생, 대학생들과 만나는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고등과학원과 카오스재단이 함께 마련한 이날 해설 강연에서는 화학상과 물리학상 수상 업적도 각 분야 과학자가 직접 나서서 설명했다.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에 대한 화학상 해설은 김영식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박사후연구원으로 올해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인 존 구디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와 함께 연구했다. 물리학상 해설은 박명구 경북대 천문대기과학과 교수가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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