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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RCEP협정문 타결됐다"는 정부…'타결' 표현 적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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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RCEP협정문 타결됐다"는 정부…'타결' 표현 적절했나?
성명엔 'concluded'…정의당 "분과별협상 끝났을 뿐 타결 아냐" 주장
전문가 "문안 있기에 'concluded' 타결로 번역해도 무방"
법적검토 및 국회동의 남아…"타결은 '협상완료' 의미 강해"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이지안 인턴기자 =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참여국들이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도출한 결과에 대해 우리 정부가 '협정문 타결'이라고 발표한 것이 적확한 설명이었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간다.
협정 완성을 위해서는 참여국별로 법적 검토를 거친 후 협정문 문안을 최종 수정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는데 정부가 통상 '협상 완료'를 의미하는 '타결'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논란은 세계 유력 뉴스통신사들과 RCEP 참가국 언론이 한국 언론 보도와는 다른 논조로 보도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당초 한국 언론들은 정부가 방콕 RCEP 참가국 정상회의 결과에 대해 '협정문이 타결됐다'는 보도자료를 내자 일제히 '세계 최대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인 RCEP의 협정문이 7년 만에 타결됐다'고 쓰는 등 '타결'에 방점을 찍었다. 제목에 '협정문'을 뺀 채 '타결됐다'고만 쓴 곳도 있었다.
반면 AP통신과 블룸버그 등 미국 언론들은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고 소개하면서도 인도가 이탈한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 보도했고, 일본과 홍콩, 베트남 언론 등은 'RCEP 연내 타결이 무산됐다'는 내용에 무게를 실어 보도했다. '협정문 타결'에 포커스를 맞춘 언론은 한국 언론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협정 과정을 사실상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의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도 '협상에 중대한 돌파구를 만들었다'고 보도하는 등 한국 언론보다는 신중한 논조였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이번 정상회의 결과를 '협정문 타결'이라고 발표한 것은 부적절했을까?
정부가 '타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방콕 정상회의 결과물인 '공동 정상 성명'(Joint Leaders' Statement) 문안 중 'have concluded text-based negotiations'를 근거로 한다. 직역하면 '문안 기반의 협상을 종결했다'인데 이를 '협정문을 타결했다'로 번역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타결'이라는 표현을 두고 이견이 제기됐다.
정의당은 지난 5일 낸 논평에서 "협정문안을 중심으로 한 분과별 협상이 끝났을 뿐이고, 인도가 빠지면서 애초 목표했던 타결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고, 남희섭 변리사는 6일자 '프레시안' 기고문에서 "협상 타결도 아니고 협정문 타결이란 말은 처음 들어본다. 이런 식의 조약 타결 방식은 없다"고 썼다.
그러자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정상성명에) 'concluded'라고 분명히 나왔다"며 "다른 나라들도 '협정문 타결이다'라는 문안을 정상선언문에 넣고 정상들이 채택을 했다. 다 (타결이라고) 번역을 했다"고 주장했다.
일단 '문안 기반의 협상을 완료했다'를 '협정문 타결'로 번역한 것 자체는 크게 무리가 없다는게 연합뉴스가 접촉한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협상을 종결했다'는 것이므로 문건이 있다는 뜻"이라며 "'협정문 타결'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는 "통상 'concluded'는 계약을 완료하거나 계약상 해야 할 조치 등을 끝내는 것을 표현하는 것으로, '타결'이라고 통용하기도 한다"며 "큰 무리가 없는 표현으로 꼬투리를 잡을 만한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협정을 완료할 때는 물론 협정 완료를 위해 필요한 조치 등을 마무리한 때도 'concluded'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이를 타결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조약이 체결될 경우 'concluded'가 사용되고 이를 '체결' 내지 '타결'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이번 정상회의 결과는 엄밀히 말해 참여국별로 협정문의 최종 서명을 위한 법률검토 작업을 시작하기로 약속한 것인 만큼 협정의 최종 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혼동될 수 있는 '타결'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정문 법률검토 작업 과정에서 구체적 문안을 두고 국가별 입장이 충돌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최종 협정문에 서명하기 전에 쓰는 '타결'이라는 용어는 다소 섣부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는 "참여국별로 협정문을 법률검토하는 절차가 꽤 복잡하다"며 "국내법이나 다른 국제조약 등과 충돌하는 내용이 없도록 문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법제처와 관계 부처에서도 기존 법령 등과의 관계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상들이 주요 쟁점에 대해 협의했다고는 하지만 참여국들이 각각 법률검토를 하기 때문에 최종 문안을 가다듬는 과정이 더 까다로울 수 있다"며 "참여국들이 문안을 검토한 뒤 협정에 최종 서명을 하더라도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는다"고 설명했다.
또 협상 과정에서 이탈했던 인도가 입장을 바꿀 경우 협상의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구 12억명의 인도가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기존에 짜 놓은 협상의 '판'을 다시 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 발표 후 'RCEP 협상과정을 우리 정부가 주도했다'는 주장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이에 대한 사실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원목 교수는 "한국이 RCEP를 주도했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중국 주도라고 보는 것이 맞다"며 "당초 서비스분야 개방과 관련해 부정적 입장이던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갈등을 겪으면서 입장을 바꿔 협상 진전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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