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마라톤 50시간 뛰고 손든 뉴질랜드 여의사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울트라마라톤에서 밤낮없이 50시간을 뛰고도 부상으로 분루를 삼킨 30대 여의사가 뉴질랜드에서 화제다.
뉴질랜드 온라인 매체 뉴스룸은 30일 뉴질랜드 넬슨 병원 여의사 케이티 라이트(32)가 최근 미국 테네시주에서 열린 '빅스 백야드 울트라' 경기에서 엉덩이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했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50시간 동안 335km를 달리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고 소개했다.
백야드 울트라 경기는 참가자들이 산속에 마련된 6.7km 길이의 환상형 코스를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계속 달리는 경기로 참가자는 같은 코스를 한 시간마다 반복해서 뛰게 된다.
경기 규정은 의외로 간단해 참가자가 정해진 코스를 한 시간 안에 주파하면 남은 시간은 눈을 붙이거나 음식물을 먹어 원기를 보충할 수도 있지만, 시간을 넘기면 자동 탈락하게 된다.
경기의 우승자가 되는 최후의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참가자들은 사실상 논스톱으로 경쟁자들과 사투를 벌이는 지옥의 레이스를 펼치게 되는 셈이다.
뉴스룸은 라이트가 지난 5월 오클랜드에서 열린 비공식 백야드 울트라 세계 챔피언 대회에서 30시간 동안 논스톱으로 201km를 달려 여성 우승자로서는 세계 최초 기록을 세웠다면서, 이번 대회에도 큰 기대를 걸었으나 결국 부상으로 무릎을 꿇었다고 전했다.
이번 경기에는 참여 자격을 획득한 세계 여러 나라 선수 72명이 출전했으며 이 가운데 여성은 10명이었다.
가장 빨리 달리지는 못해도 끝까지 달리는 법을 나름대로 터득한 라이트에게 좋지 않은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 히커리 나무로 뒤덮인 야산 코스를 달리기 시작한 지 36시간이 지날 때였다.
수면도 부족하고 발에 물집도 생긴 상황에서 젊은 여성으로서 피할 수 없는 생리까지 찾아온 것이다. 코스를 한 번 돌 때마다 갖는 잠깐의 휴식 시간에도 생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눈을 붙일 수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14시간을 더 달렸다.
그때까지 남은 사람은 72명의 초인 가운데 라이트를 포함한 여자 2명, 남자 2명 등 단 4명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넘어지면서 입은 엉덩이 무상으로 달리기 시작한 지 50시간 만에 결국 손을 들었다. 무려 335km를 달리고 난 뒤였다.
라이트의 기권으로 유일한 여자 선수가 된 미국 콜로라도주 출신 매기 거털(39)은 남자 경쟁자들까지 모두 물리치는 기염을 토해 빅스 백야드 울트라 사상 첫 여성 우승자가 되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그가 달린 거리는 60시간 동안 402km나 됐다.
영국에서 태어난 라이트는 경기 도중에 2분 동안 눈을 붙이고, 발의 물집을 터트리고, 양말을 갈아 신고, 음식물 먹는 법까지 모두 배웠다면서 이번 대회를 앞두고 훈련할 때는 병원에서 낮 근무와 밤샘까지 하고 나서 30km를 달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를 포기하고 나서 코스에 남은 3명의 주자에게 인사를 건넸다며 "내가 코스 부근에서 기다리고 있자 그들이 달려오다 멈춘 뒤 나를 포옹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후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잠깐 눈을 붙인 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지 보려고 10여 시간을 기다렸다며 내년에도 빅스 백야드 울트라에 꼭 참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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