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복구에 관여하는 스캐폴드 단백질 2종 발견"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 네이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매일 수백만 번 분열하는 인체 세포가 본연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모세포의 완전한 유전정보가 딸세포에 실수 없이 전달돼야 한다.
그런데 인간의 DNA는 외부 환경과 세포 자체의 물질대사 활동으로부터 끊임없는 공격을 받아, 세포 분열 주기마다 최소한 한번은 DNA 가닥이 손상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흡연과 같이 건강에 해로운 습관을 지녔거나 DNA 복구 기능의 결함을 갖고 태어난 사람은 이 빈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생긴 유전적 손상이 회복 불능의 상태에 달하면 암, 면역 결핍, 치매, 발달 결함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런데 특정 '스캐폴드 단백질(scaffold proteins)'이 손상된 DNA의 복구 과정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덴마크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이를 통해 스캐폴드 단백질은 세대 간 유전정보를 안정적으로 전달하고, 인접한 DNA의 부수적 손상도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캐폴드에는 '비계(飛階)', 즉 높은 곳에 설치한 임시 가설물(발판)이란 뜻이 있다. 생물학에서 스캐폴드 단백질은 신호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기능과 성질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코펜하겐대 노보 노르디스크 재단의 단백질 연구 센터 과학자들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이 대학이 28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한 논문 개요(링크) 등에 따르면 손상된 DNA 복구에 깊숙이 관여하는 단백질은 53BP1과 RIF1이다.
이 두 단백질이 손상된 DNA 가닥 위에 '입체 스캐폴드'를 세우면, 이 스캐폴드가 해당 부위에 필요한 단백질 농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머리카락 굵기의 1천분의 1까지 보이는 초 해상(super-resolution) 전자현미경으로, 스캐폴드 단백질의 DNA 복구 과정을 관찰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페나 옥스 박사후과정 연구원은 스캐폴드의 역할에 대해 "골절된 다리에 깁스하는 것과 비슷하다. 골절 부위를 안정시키고 상처가 치유 불능 단계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다"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53BP1이나 RIF1 같은 단백질은 손상된 DNA의 인접 부위까지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초해상 현미경으로 보니, DNA 손상 부위를 실수 없이 복구하려면 훨씬 더 큰 '공사(construction)'가 필요하다는 게 밝혀졌다. 대략 단백질 비계가 농구공이라면 DNA 손상 부위는 핀 머리(pin head) 정도에 불과했다.
세포가 DNA의 직접적 손상 부위뿐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 안정시키려면 이렇게 큰 스캐폴드가 필요하다는 걸 극명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특히 주목받는다.
이렇게 해야 DNA 손상 부위와 주변 환경을 온전하게 지키면서, DNA 복원에 특화된 세포 내 단백질을 수리 작업에 유인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의 존재도 이번에 확인했다.
실제로 DNA 손상 부위에 스캐폴드 단백질이 생기는 걸 차단하면 주변 염색체의 많은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게 관찰됐다.
그러면 DNA가 손상된 세포들이 스스로 망가진 부분을 수리하려고 시도하지만, 이 방법은 별로 효과가 없어 도리어 유전 물질의 파괴가 더 심화되곤 했다.
스캐폴드 단백질이 결핍된 사람이 불안정한 DNA로 인한 질병에 잘 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과학자들은 강조한다.
이 대학의 단백질 연구 센터 소장인 이리 루카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매우 독특한 발견"이라면서 "인체의 타고난 방어 체계를 이해하면, 어떻게 특정 단백질이 서로 신호를 교환하면서 협응해 손상된 DNA를 수리하는지 더 잘 알게 된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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