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반정부 시위 나흘째…4명 사망·277명 부상
이달 들어 시위사태로 235명 숨져…"비상 정부 구성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이라크 반정부 시위로 28일(현지시간) 4명이 숨지고 277명이 부상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라크군 최고 지휘관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렸지만, 시위대는 바그다드 시내 중심지 타흐리르 광장에서 해산하지 않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우리는 그대로 있을 것이다. 그들은 통행 금지와 함께 일하러 가지 않는 사람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선포했지만, 이것이 우리가 싸우는 방법"이라며 "순교자가 1천명이 나오더라도 이곳에 머물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달 들어 시작된 이라크 소요 사태로 지금까지 235명이 숨졌다.
지난 주말 시위에서도 최소 74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날 사망자 중에는 22살의 의대생 여성도 포함돼 있는데, 시위 사태 이후 첫 여성 희생자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치안 부대는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의 경고를 무시하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지만, 바그다드에는 여전히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모였다.
군인들이 진압봉으로 고등학생을 구타하는 장면이 바그다드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시위 사태가 계속되자 이라크 연립 정부 수립에 기여한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는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알사드는 성명을 통해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는 의회로 가서 조기 총선을 발표해야 한다"면서 기존 정당은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사드는 이라크 최대 정파를 이끌고 있다.
이라크 남부 디와니야에서 고고학을 전공하는 학생인 압바스 알-함자위는 "미국 정부가 우리를 '도둑 떼'에 넘긴 2003년 이후 빼앗긴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시위에 참가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자유와 존엄, 좋은 삶을 위해 여기에 모였다"며 "우리는 정권의 붕괴와 헌법의 정지, 그리고 비상 정부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축출되고 친미 정권이 수립됐으나 만성적인 부패, 내전을 방불케 한 종파간 갈등, 이슬람국가(IS) 사태 등으로 이라크 국민 대다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달 1일부터는 실업난과 전기·수도 등 기본 공공서비스 문제 해결, 정치권의 부패 청산을 요구하며 전국적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학생이 가세해 민생고 해결을 촉구하던 시위대는 현 내각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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