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당한' 쿠르드, 또 이용당하나…트럼프 "유전지대로 향할때"
트윗서 '쿠르드 이동' 시사…구호 전문가 "인구지도 인위 개편에 우려"
"美 시리아정책, 'IS·이란 억제'서 '석유'로 전환"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북동부에 분포하는 쿠르드 세력을 동부 유전지대로 이동시키겠다는 아이디어를 불쑥 꺼내들었다.
대규모 종족 이주를 유도하려 한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동맹 배신'에 이어 인위적 '인구 지도' 개편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시리아민주군'(SDF)의 마즐룸 압디 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며 이런 구상을 공개했다.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주축으로 꾸려진 SDF는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을 도와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지상군 부대 역할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터키군의 공격을 용인하고, 시리아 북동부에서 미군을 철수시켜 동맹을 내팽개쳤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그(압디 사령관)는 우리가 한 일에 감사했고, 나는 쿠르드가 한 일에 감사했다"면서 "아마도 쿠르드인(人)들이 석유 지대로 향할 때인 것 같다"고 썼다.
이 트윗은 미국이 시리아 동부 유전지대 데이르에즈조르주(州)에 병력과 군 장비 등 미군 자원이 추가로 배치될 것이라는 미국 언론의 보도 이후 몇시간 만에 나왔다.
앞서 이달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를 지키는 것 말고는 병력을 주둔할 이유가 없다"면서 "요르단과 이스라엘에 가까운, 완전히 다른 시리아 지역 및 조금 다른 지역에 (미군이)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국방부 당국자 등의 발언을 근거로 시리아 주둔 미군 약 1천명 가운데 700명 이상이 철수하고 시리아, 이라크, 요르단 국경이 만나는 앗탄프(탄프) 기지에 200∼300명이 남으리라 예측했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미국 국방부 당국자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데이르에즈조르에 전력을 대폭 보강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데이르에즈조르에 처음으로 탱크를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24일 보도했다.
이러한 계획은 미국의 시리아 정책 목표가 IS 격퇴와 이란 패권주의 견제에서 유전 보호로 전환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이를 고려하면 '쿠르드인들이 유전으로 향할 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쿠르드 세력이 현재의 거점인 시리아 북동부에서 동부로 이동해 미군과 함께 유전을 지키라는 의미처럼 들린다.
쿠르드를 터키군에게 먹잇감으로 던졌다는 비판을 받고도 또다시 쿠르드 세력을 유전 보호에 동원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쿠르드의 대량 이주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전 IS 격퇴 국제동맹군 담당 대사 브렛 맥거크는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이 협소한 유전 지역으로 쿠르드인의 대량 이주를 종용하는 것 같다"고 적었다.
현재 쿠르드인이 주로 거주하는 시리아 북동부 국경지역은 농지와 용수가 풍부한 농업지역인 데 비해 동부 데이르에즈조르는 사막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단순히 SDF의 이전 배치를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쿠르드 종족의 대량 이주를 말하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터키가 이번 군사작전으로 장악한 시리아 북부에 아랍 난민을 대거 이주시키려는 계획과 맞물리면 이 일대 인구지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국제사회의 시리아 구호 전문가들은 군사적 위협에 따른 인구 분포 변화는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전선을 더욱 악화해 시리아를 무한한 수렁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얀 에옐란 노르웨이난민위원회(NRC) 위원장은 급조된 폭발물 같은 거래의 결과로 대규모 난민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리아에 있는 군사 세력 모두에게 이 땅은 체스판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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