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연정 이견 속 내년 예산안 일부 수정…갈등설 '솔솔'
연정 구성 3당 간 동상이몽…연금개혁안 등 불씨 여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연정 참여 정당 간의 갈등 속에 2020년 예산안 일부를 수정했다.
23일(현지시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탈세 대책 가운데 현금 거래 한도를 기존 3천유로에서 2천유로로 낮추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수정했다. 시행 시점도 내년 1월에서 7월로 연기됐다.
탈세의 온상으로 지목된 현금 거래 제한을 강화하되 주타깃인 소상공인들에 충분한 준비 기간을 주겠다는 취지다.
2022년 1월부터 현금 거래 한도가 1천유로까지 추가로 내려가는 것은 기존과 같다.
카드 결제기를 구비하지 않은 소상공인들에 벌금을 물리는 제도의 시행 시점도 내년 1월에서 7월로 연기됐다.
이 제도는 신용·체크카드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으로, 카드 결제기가 없다며 카드를 받지 않는 소상공인들에 건당 30유로와 거래액의 4%를 과태료로 물린다는 내용이다.
또 기업가에 의해 저질러지는 대규모 탈세 범죄의 최대 형량을 징역 4년에서 8년으로 상향한 수정안도 포함됐다.
이는 민주당과 함께 연정의 한 축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강하게 요구해온 것들이다.
연정을 이끄는 주세페 콘테 총리는 오랜 협의를 통해 잠정 확정된 예산안에 되도록 손을 대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오성운동이 '연정 위기론'을 내세우며 압박하자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연정 내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38년간 연금을 납부한 사람의 연금 수령 연령을 67세에서 62세로 낮추는 연금개혁안이 연정 내분의 불씨를 안고 있다.
이 개혁안은 극우 정당 동맹과 오성운동이 손잡은 지난 연정에서 처음 수립됐는데 내년도 예산안에 그대로 반영돼 일각의 불만을 샀다.
특히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을 탈당해 만든 중도 정당 '이탈리아 비바'의 반발이 거세다.
이탈리아 비바는 연금개혁안이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 정규직군에만 혜택을 주고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있는 대다수의 국민은 소외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이 정당은 내년 예산안에 담긴 '설탕세'도 과수 농민들과 소상공인들에게 타격을 준다며 반대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연정 내부에선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와 함께 '삼자 연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니콜라 진가레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새로운 선거를 원치 않으며, 연정이 생산적으로 작동하는 한 되도록 오래 연정을 지킬 것"이라면서도 "예산안을 둘러싼 계속되는 정쟁은 연정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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