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프로 출연자도 피고용인"…호주당국, 방송사에 보상 명령
리얼리티쇼 참가자 "악역으로 묘사돼 괴롭힘당해…우울증 등 시달려"
NSW 보상위원회 "계약서 문구와 달리 실질적 고용관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호주 TV 경연 프로그램 출연자가 방송사와 고용관계를 처음으로 인정받아 업무상 상해 보상을 받게 됐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 보상위원회가 23일(현지시간) TV 리얼리티쇼 프로그램 출연자 니콜 프린스의 정신적 상해를 보상할 책임이 방송사 채널세븐에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영국 국영 BBC와 일간지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원고 프린스는 지인 피오나 테일러와 짝을 이뤄 2017년 호주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주택 개조 경연 프로그램 '하우스 룰스'에 출연했다.
원고 측 주장에 따르면 프린스·테일러조(組)는 프로그램에서 다른 출연자들을 괴롭히는 악역으로 묘사됐고, 이로 인해 다른 출연자들로부터 역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으로부터 위협에 시달렸다.
프린스는 "프로그램 프로듀서는 단순히 괴롭힘을 용인한 정도를 넘어 악화시키고 부추기기까지 했다"고 제작진을 비난했다.
그 결과로 프린스는 우울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 상해를 겪고 직무상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프린스는 "경력과 일을 상실해 엄청난 충격을 받고 스스로 가치 없는 인간이라는 자책감에 시달렸다"며, 채널세븐을 상대로 종업원 보상을 신청했다.
채널세븐은 프린스가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상금을 따려 한 것이지 급여를 받으려던 게 아니므로, 양측 사이에는 고용주와 피고용인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채널세븐과 프린스가 체결한 계약에도 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그러나 NSW 보상위원회는 주당 지급금, 시간 활용, 복장 제한 등을 볼 때 양측의 계약 실체가 고용관계와 다르지 않으며, 계약서 문구는 채널세븐이 고용주로서 발생하는 책임을 피하려는 장치에 불과하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채널세븐에 '직원 보상'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호주에서 리얼리티쇼 프로그램 출연자와 방송사를 법적 고용관계로 본 첫 판례로, 동종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보상위원회 조정관 캐머런 버지는 결정문에서 "채널세븐의 미흡한 대처는 원고의 반응 행태와 상해를 일으킨 요인이 된다고 판단한다"면서 보상을 명령했다.
보상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채널세븐은 언론의 입장 표명 요청에 답변을 거부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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