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법원, "美 송환 재판 3개월 연기해달라" 어산지 요청 기각
예정대로 내년 2월 말 5일간 정식재판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8)가 미국 범죄인 송환 정식 재판의 연기를 요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21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어산지는 이날 런던 웨스트민스터 치안판사법원(Magistrates Court)에 출석, 정식 재판의 3개월 연기를 요청했다.
어산지는 미국 정부의 무한한 재원과 달리, 런던 교외 벨마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자신은 변호인이나 재판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기회가 부족한 만큼 재판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어산지는 "그들(미국 정부)은 모든 이점을 가졌다"고 말했다.
어산지 변호인인 마크 서머스 변호사는 언론인에 대한 스파이 혐의 기소라는 유례없는 사건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머스 변호사는 아울러 어산지가 런던 소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있을 때 미국 정부가 불법적으로 감시하거나, 어산지에 대한 불법행위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서머스 변호사는 "우리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정식 재판의 3개월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를 대변하는 제임스 루이스 변호사는 이번 절차에 있어서 어떠한 지연도 반대한다고 전했다.
바네사 바레이서 판사는 이날 어산지의 연기 요청을 기각하면서 예정대로 정식 재판이 내년 2월 말 5일간에 걸쳐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11월과 12월 이와 관련한 중간 심리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레이서 판사는 어산지가 출석하기 편하도록 정식 재판은 벨마쉬 법원에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푸른색 스웨터와 스포츠 재킷 등을 입고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어산지는 체중이 조금 감소했으나 건강한 모습이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그는 법원 방청석에 자리 잡은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날 법원 밖에서도 어산지 지지자들이 모여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플래카드 등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미국 외교 전문 등을 공개했던 어산지는 영국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에서 7년간 도피 생활을 하다가 지난 4월 영국 경찰에 체포된 뒤 보석조건 위반 혐의로 징역 50주를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미국은 어산지를 방첩법(Espionage Act) 위반 혐의 등 18개의 혐의로 기소하고, 영국 측에 어산지의 송환을 요청했고, 영국 정부는 이를 수락했다.
이에 따라 법원 결정이 내려지면 어산지는 미국으로 보내져 재판을 받게 된다.
어산지는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미국에서 수십 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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