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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 '조용한 퇴장'…"주어진 환경서 굳건한 한미동맹에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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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 '조용한 퇴장'…"주어진 환경서 굳건한 한미동맹에 최선"
대사관 이임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최전선 책임·의무 진행중"
'유수불쟁선'(流水不爭先) 남기고 2년 대사직 마감…소회 등 말아껴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조윤제 주미대사가 20일(현지시간) 약 2년간의 대사직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다.
지난 18일 워싱턴DC에 있는 주미대사관에서 조촐한 이임식을 가진 것 외에 별도의 특파원 간담회 등 공개 행사 없는 '조용한 퇴장'이다. 18일에는 알링턴 국립묘지의 무명 용사 기념관을 찾아 한국전 참전 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기념패를 전달하는 것으로 마지막 외부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초대 주미대사였던 조 대사는 북미 관계 급반전과 이에 따라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한미외교의 최전선을 진두지휘하는 '야전사령관' 역할을 했다. 정식 부임은 2017년 11월 중순이었지만 그에 앞선 10월 말 문 대통령의 신임장을 받고 11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국 방문 때부터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다.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판문점 깜짝 회동 등 극적 순간들을 거쳐 지난 5일 '스톡홀름 노딜'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에 걸쳐 롤러코스터를 탄 북미관계를 비롯,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미국의 우려 표명과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압박 등 한미 관계에 이르기까지 숨가쁜 순간의 연속이었다.
지난 5월 주미대사관 소속 외교관의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 파문으로 엄청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조 대사는 18일 이임사에서 "지난 2년간 주미대사관에 많은 일이 있었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 발전 시켜 나가는 기본적 책무와 함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가동이 시작되면서 그 최전선의 작업과 의무가 우리에게 지워졌다. 그리고 그 의무와 책임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때로 어렵고 힘든 적도 없지 않지만 여러분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며 "아직 해 온 일보다 해야 할 일들이 훨씬 많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이 대열에서 빠져나가게 되어 개인적으로 아쉬움과 송구스러움도 없지 않지만, 쓸데없는 생각이라 지우려 한다. 여러분들과 후임 대사께서 잘 해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조 대사는 또한 '지난 2년간 가장 마음 아프고 무거웠던 시간'으로 한미정상 간 통화 유출로 인해 관련자들이 중징계를 당했던 상황을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대사는 이임사 및 19일 특파원단에 보낸 이임 이메일을 통해 '유수불쟁선'(流水不爭先)이라는 한자성어를 꺼내며 "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다고 한다. 산골짜기를 스치고 계곡을 돌아 강과 바다로 흘러간다"고 말했다.
북미 관계든 한미관계든 당장의 상황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큰 목적을 향해 길게 보고 나아가야 한다는 점도 우회적으로 강조하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조 대사는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간의 소회 및 향후 북미·한미관계 전망 등과 관련해 "주어진 환경하에서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와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동안 지켜봐 주시고 성원해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는 '짧은 언급' 외에는 "떠나는 사람인데…"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아무 계획이 없다. 나는 이미 3년 전 은퇴했던 사람"이라며 "이곳에서 사둔 밀린 책들을 읽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0세 노모 곁으로 돌아가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조 대사는 재임 기간 가장 '잊지 못할 순간'으로 지난해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원장 등 대북특사단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면담한 뒤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 제안과 트럼프 대통령의 수락 소식을 전하던 순간을 꼽았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는 통화기록 유출 당시를 들었다.
북미 실무협상의 미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2일 주미대사관저에서 열린 국군의 날 및 개천절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통해 조 대사를 향해 "엄청난 권한과 솔직함을 가지고 정부를 대신해 정확하게 말하며 움츠리지 않고 어려운 메시지를 전한다"며 "어려운 메시지를 외교적 솔직함을 갖고 전달한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후임인 이수혁 신임대사는 오는 24일 워싱턴DC에 도착, 업무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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