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요금 인상에 들끓는 칠레 산티아고…비상사태 선포(종합)
학생 주도 시위대, 방화·상점약탈 격렬 시위…지하철 운행 전면 중단
피녜라 대통령, 비상사태 선포…"요금인상 고통 완화 위해 대화할 것"
(서울·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고미혜 특파원 = 칠레 수도 산티아고가 지하철 요금 인상에 항의하는 격렬한 시위로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시위가 지하철역 방화 등으로까지 번지면서 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9일(현지시간) 일간 엘메르쿠리오와 CNN 칠레 등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피녜라 대통령은 이날 새벽 방송 연설을 통해 산티아고에 15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당국에 치안 책임을 부여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정부는 시민의 이동이나 집회 자유를 더 제한할 수 있게 된다.
비상사태 첫날인 19일 오전 산티아고 도심 곳곳에는 군인들이 배치됐다.
전날 밤 절정에 달했던 이번 시위는 지난 6일부터 적용된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됐다.
칠레 정부는 유가 상승과 페소화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인상했다.
칠레 지하철 요금은 시간대에 따라 다른데 이번 인상으로 피크 타임 기준 요금은 800칠레페소(약 1천328원)에서 830칠레페소(약 1천378원)로 올랐다.
인상 비율로만 보면 크지 않지만 잦은 공공요금 인상에 쌓였던 분노가 폭발했다. 칠레 언론에 따르면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은 지난 12년간 두 배 이상 올랐다.
고등학생과 대학생들 주도로 7일 시작된 시위는 점차 격렬해졌고, 18일 지하철역 방화, 건물 파손, 상점 약탈 등으로 번졌다.
글로리아 후트 칠레 교통부 장관이 18일 오전 정부가 지하철 운영비의 거의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며 요금 인상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 시위대를 자극했다.
격렬한 시위로 이탈리아계 전기회사인 에넬 건물에 큰 화재가 발생하고 시내버스가 불에 타 뼈대만 남기도 했다.
경찰도 최루탄과 물대포로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산티아고 도심에서 12시간가량 격렬한 대치가 이어졌다.
시위대의 지하철역 공격 속에 전날 저녁 산티아고 지하철역 136곳이 모두 폐쇄됐다. 지하철 운행 중단은 주말에도 지속될 예정이다.
이번 시위사태 책임자로 지정된 군 장성 하비에르 이투리아가는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까지 41개 지하철역이 시위로 파손됐으며, 총 308명이 연행됐다고 발표했다.
또 경찰 56명이 부상하고 경찰차량 49대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이투리아가는 군을 배치해 산티아고가 어느 정도 안정을 회복했다면서도 시민들에게 집에서 가족들과 머물 것을 권고했다.
학생 시위대는 오는 21일 총파업과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칠레는 남미에서 경제와 치안이 가장 안정된 나라로 꼽힌다.
그러나 수도 산티아고의 높은 생활 물가와 우파 피녜라 정권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저소득층의 불만도 크다.
이번 시위를 두고 산티아고 시민들의 여론은 엇갈린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시위대의 분노와 좌절에 공감하는 시민이 있는가 하면 학생들의 시위 탓에 지하철이 마비되는 등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 시민도 있다는 것이다.
피녜라 대통령은 시위대의 불법 행동에 대한 엄정한 대처를 강조하면서도 이번 요금 인상으로 인한 서민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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