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수포 울부짖는 소년…터키, '악마의 무기' 백린탄 썼나
더타임스·포린폴리시 등 보도…英 전문가 "백린탄 부상과 매우 유사"
쿠르드 시위대 공습 의혹도…"시리아 북부 공격서 첫 전쟁범죄로 확인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아빠, 아빠. 몸이 그만 타게 해주세요, 제발요"
12세 쿠르드 소년 무함마드 하미드 무함마드의 처절한 비명은 주변 환자들이 앓는 소리마저 잦아들게 할 만큼 고통스럽게 울려 퍼졌다.
숱한 외상환자를 치료한 의료진조차 무함마드의 끔찍한 상처와 고통에 몸을 떨었다.
온라인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무함마드의 몸은 목부터 허리까지 심한 화상 수포로 뒤덮여 참혹했다.
왼쪽 손은 열에 녹아 다 붙어버렸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무함마드의 비명을 듣던 한 환자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함마드는 이달 16일 밤 시리아 북부 라스알아인에서 터키군 진영의 폭격 중에 화상을 입었다.
이날 폭격으로 라스알아인의 거리는 화염에 뒤덮였고 주민들이 불에 타 숨졌다고 무함마드의 아버지 하미드 무함마드(35)는 증언했다.
하미드 무함마드는 "폭발이 있기 직전에 터키군 제트기 소리를 들었다"고 기억했다.
인근 탈타미르 병원에 이송된 후에도 화상은 몸속으로 계속 깊어지며 무함마드를 고통의 극한으로 몰아갔다.
무함마드의 증세를 본 전문가들은 '백린탄' 사용을 의심했다.
영국의 화학무기 전문가 해미시 드 브레턴-고든은 "백린탄으로 생긴 부상과 매우 유사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백린탄은 수천℃ 화염을 생성하는 소이탄의 일종으로, 가공할 살상력으로 인해 '인간이 만든 최악의 무기'나 '악마의 무기' 등으로 불리며 국제법으로 사용이 제한된다.
백린탄은 인체의 수분과 반응해 화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물로 화상 부위를 진정시킬 수도 없다.
백린탄이 터진 주변의 공기를 마시면 호흡기에 치명상을 입고, 인체에 닿으면 뼈와 살이 녹는 끔찍한 부상이 생긴다.
시리아 사태가 시작된 이래 백린탄이나 유사한 살상 무기 사용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이번처럼 유의미한 증거가 제시된 사례는 드물다.
브레턴-고든은 "시리아 사태에서 24시간 만에 유사한 사진을 이렇게 많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무함마드를 치료한 탈타미르병원의 하산 아민 원장은 "인권단체들은 여기 와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민간인들에게 어떤 무기가 쓰였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민 원장에 따르면 환자의 2%만 총상을 입었고, 나머지는 공습이나 포격으로 다친 환자들이다.
아민 원장은 "어떤 화상 환자들은 부상이 너무 심해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을 지경"이라면서 "그런데 여기 와서 이걸 보는 국제 구호기구나 단체는 없다"고 토로했다.
터키군의 전쟁범죄 의혹도 제기됐다.
18일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달 13일 라스알아인에서 터키군의 침공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터키군이 주체로 의심되는 공습 또는 포격을 당해 12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성인과 어린이가 섞인 시위대는 타고 온 차량 근처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전쟁 대신 평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다가 무방비 상태로 공격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디펜던트는 이 사건이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군사작전 개시 후 첫 전쟁범죄로 기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터키가 미국의 개입으로 '휴전 합의'를 한 후에도 라스알아인 일대에는 포격이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오전 라스알아인 국경 건너편에 있는 터키 국경 도시 제일란프나르에서도 기관총과 포격 소리가 들렸으며, 시리아 쪽에서 솟는 포연이 목격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