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용 건물 짓고 매뉴얼로 훈련…인명피해 막은 日 노인요양원
과거 수해 교훈 삼아 대응…심야 침수에 긴급 대피
후쿠시마서 헬기 구조 때 잠금장치 빼먹어 추락 사망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로 일본에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철저한 대비와 신속한 대응으로 인명 피해를 막은 한 노인요양시설의 대응이 눈길을 끈다.
14일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가와고에(川越)시에 있는 노인요양시설 '가와고에 킹스 가든'은 전날 오전 인근 하천 옷페가와(越邊川)가 범람하면서 시설 1층 대부분이 물에 잠겨 고립됐다.
가와고에 킹스 가든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등이 입주해 돌봄 서비스를 받으며 생활하는 시설로 당시 입소자와 직원 등 120여명이 머물고 있었다.
자칫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적절한 대응으로 모두 무사했다.
이 시설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13일 새벽 1시 30분께 마루 아래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듣고 물이 들어오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즉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시설에 있는 노인들을 깨워 옆에 있는 건물 2층 등으로 대피시켰다.
도중에 정전이 발생해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아 거동을 못 하는 고령자를 휠체어나 침대 채 들어 옮기는 등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늦지 않게 모두 피난을 완료했다.
이들은 이후 경찰·소방대 등의 도움을 받아 배를 타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고령자들이 원래 머물던 건물은 깊은 곳이 2m 가까이 물에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 겪은 수해를 교훈으로 삼아 대비한 것이 주효했다고 이 시설 측은 밝혔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가와고에 킹스 가든 대표인 와타나베 게이지(渡邊圭司) 씨는 피난 매뉴얼을 작성하고 긴급 상황에 대피용으로 사용하도록 옆에 3층짜리 건물을 새로 짓기도 했다면서 "20년 전 수해의 교훈을 살렸다"고 말했다.
그는 NHK 등과의 인터뷰에서는 "매년 수해 대책 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원 각자가 그렇게 움직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후쿠시마에서는 소방대원의 실수로 구조 대상자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오전 후쿠시마(福島)현 이와키시에서 침수로 고립된 77세 여성을 도쿄소방청이 헬기에서 늘어뜨린 줄로 끌어올려 구조하던 중 이 여성이 높이 40m 상공에서 추락했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도쿄소방청은 이 여성을 끌어올리기 전에 대원이 구조 장치 고리를 잠그는 것을 잊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하고 사죄했다.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강물이 넘쳐흐르거나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곳곳에서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미야기(宮城)현 마루모리마치(丸森町)에서 하천 인근에 사는 사이토 요시카즈(齊藤好和·67) 씨는 현관이 물에 잠기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갔는데 직후에 굉음과 함께 거대한 나무가 현관문을 부수며 물과 함께 밀려들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이토 씨의 집 1층은 순식간에 토사로 가득 찼으며 그는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졌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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