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팝아트 거장 쿤스, 파리테러 추모작 구설…"외설적" 조롱도
12m 높이 대형 조각품 '튤립 꽃다발'…시민들 사이 평가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국 팝아트의 거장 제프 쿤스(64)가 2015년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희생자들에게 바치겠다며 최근 공개한 대형 조각품이 구설에 휘말렸다.
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파리 샹젤리제 인근 프티팔레 미술관 주변에 지난 4일 쿤스가 제작한 높이 12m의 대형 조형물 '튤립 꽃다발'(Bouquet of Tulips)이 일반에 공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튤립은 종종 사랑을 상징하곤 하는데, 쿤스는 튤립 꽃다발을 손에 쥔 이 작품은 프랑스 국민들에 대한 자신의 지지와 미국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쿤스는 또 "뉴욕시민으로서 나도 9·11과 그 이후 도시를 휘감고 있던 절망을 경험했다"며 이 조각품의 판권을 판매해 얻은 돈의 80%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제공될 이라고 덧붙였다.
파리에서는 2015년 11월 콘서트가 열리고 있던 바타클랑 극장을 포함해 경기장, 식당과 바 등을 상대로 한 동시다발적 테러로 모두 130명이 사망하고 4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쿤스의 전형적인 조각품이 대중에 공개된 후 파리 시민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일부 시민은 "끔찍하다"라거나 "기이하다"라고 반응했고, 심지어는 "외설스럽다"는 말까지 했다.
철학자인 이브 미쇼는 한 잡지에 "11가지 색의 항문들이 줄기에 붙어 있다"고 표현하고 "사실 외설스럽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쿤스의 작품이 교양 없는 사람을 위한 눈요깃거리에 불과하다며 인기는 있지만 질 낮은 그의 '네오 팝'(Neo Pop)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혹평했다.
일부는 튤립보다는 색색의 대형 마시멜로나 혹은 해부한 인체의 일부를 더 닮았다는 주장도 폈다. 주변을 지나게 되면 아예 조각품을 피해갈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물론 다른 일부에서는 이번 논란을 이해하질 못하겠다며 작품이 예쁘고 진심에서 우러나온 선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파리 테러 당시 바타클랑 극장 난사로 딸을 잃은 파트리시아 코레이아는 AP통신에 프랑스의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라며 "내게 이 작품은 삶의 다양성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도 "아름다운 선물"이라며 "자유와 우정의 감명 깊은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쿤스가 1980년대 뉴욕 예술계에서 두각을 보인 뒤 그의 작품세계는 수십 년 동안 논란이 돼 왔다. 하지만 지난 5월 그의 작품 '토끼'(Rabbit)는 살아있는 작가의 작품으로는 최고가인 9천107만 달러(약 1천90억 원) 팔리는 등 그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또한 일련의 외설성 작품들을 내놓기도 하면서, 일부 비평가로부터 천박하고 인정할 수 없다는 비판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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