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란 대형 가스개발 불참"…美제재 돌파구 찾던 이란 타격
WSJ "CNPC, 佛 토탈 철수한 50억 달러 가스개발사업 참여 않기로"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제재 강화 이후 이란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기업을 대체할 상대로 여겼던 중국 업체들이 이란과의 거래에서 손을 떼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부터 돌파구를 찾고 있던 이란으로선 믿고 의지할 언덕이 점점 더 사라져 경제적 고립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 시간) 중국의 석유메이저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가 이란의 50억 달러 규모 천연가스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6일 CNPC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개발 사업에 불참하기로 함에 따라 이란 기업인 페트로파르스가 이를 전부 인수했다고 밝혔다고 WSJ은 전했다.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개발사업은 지난 2016년 1월 이란 핵 합의가 이행돼 대이란 제재가 해제된 뒤 외국기업의 이란 에너지 분야 투자 가운데 가장 큰 규모여서 관심을 모았다.
당초 프랑스 석유회사인 토탈이 이 사업에 참여했으나 작년 5월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다시 부과되면서 토탈은 손을 뗐다.
이후 이란 당국은 중국 석유메이저인 CNPC가 이를 인수하기를 기대하며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측이 이란과 거래를 하는 중국 기업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자 CNPC도 이 사업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이처럼 이란 기업과 거래를 모색하던 중국 업체들이 손을 떼면서 미국의 경제제재 이후 경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애쓰는 이란의 노력에 타격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란은 발전소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가스전 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계속해서 외국기업에 손을 내밀어왔다.
CNPC 관계자들에 따르면 CNPC는 그동안 미국의 경제제재 압력이 강화된 이후 이란으로 자금을 보낼 금융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부심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중국의 대이란 거래의 주요 통로였던 CNPC 소유의 쿤룬 은행은 공식적으로는 이란과의 거래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고객사에 더는 이란과의 거래를 접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더 엄격히 통제하고 이란의 준군사조직을 테러조직으로 지명한 이후 이처럼 이란 사업에서 손을 떼는 중국업체가 잇따르고 있다.
은행부터 자동차, 기술 분야까지 중국 업체들이 '이란과 거리두기'에 가세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에 제재를 다시 부과하기 전에 하루 70만배럴이었던 중국의 이란산 석유 수입은 지난 5~7월엔 하루 평균 23만3천 배럴로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또 중국과 이란 간 전체 무역 규모는 지난 7월 20억 달러 아래로 떨어져 작년 8월 35억 달러의 반 토막 정도로 줄었다.
미국과 무역전쟁 와중에 있는 중국은 지난 9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의 배후로 미국이 이란을 지목하면서 이란과의 거래에 더욱 몸을 사리고 있다.
지난 9월 말 미국 재무부는 이란과 거래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 업체에 대해 추가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제재 대상에는 이란 석유를 수송하는 업체로, CNPC와 관련된 쿤룬 해운과 쿤룬 지주회사가 포함돼 있다.
또 중국 국영 해운사인 코스코해운홀딩스도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이란과의 거래중단을 압박받고 있다.
이란 유전 개발에 추가 투자하려는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시노펙)의 계획이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의 다음 희생물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노펙은 현재 이란에서 운용 중인 야다바란 유전에 30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에 대해 이란과 논의 중이라고 지난 1월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시노펙 관계자들은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다시 금지한 이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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