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억류됐던 영국·호주 국적 연인들, 3개월 만에 석방
테헤란 인근서 사전 허가 없이 무인기 띄웠다가 체포돼
같은 시기 '스파이혐의'로 체포된 호주 대학강사는 계속 억류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서방과 핵 합의를 둘러싸고 갈등 중인 이란에 억류됐던 영국과 호주 국적 커플이 3개월 만에 풀려나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5일 AP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란 당국에 체포돼 투옥됐던 영국·호주 이중국적자 졸리 킹과 호주인 남자친구 마크 퍼킨이 "석방돼 귀국 중"이라고 밝혔다.
호주 퍼스 출신 블로거인 킹과 퍼킨은 2017년 세계 여행을 떠나 각국에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 올려왔다.
이들은 3개월 전 테헤란 인근에서 사전 허가 없이 드론(무인기)을 띄웠다가 체포돼 테헤란 교외 에빈 교도소에 수감됐으나, 외교 채널을 통한 협상 끝에 기소가 취하돼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페인 장관은 킹과 퍼킨의 "건강과 심리 상태가 양호하다"면서 두 사람이 이날 중 호주에 도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들과 비슷한 시기 이란에 억류된 호주 멜버른 대학 강사 카일리 무어-길버트는 석방되지 못했다.
영국·호주 이중국적자인 무어-길버트는 스파이 혐의로 기소됐으며, 일각에선 그에게 10년형이 선고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페인 장관은 무어-길버트의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면서 "그는 이란 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돼 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 대한 기소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며, 석방과 귀국을 위해 이란 정부와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에선 외국인이 간첩 혐의로 종종 체포되지만, 대부분 이란 국적을 함께 가진 경우로 이들과 같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일각에선 영국과 호주가 미국이 이란을 겨냥해 걸프 해역에서 구성하려는 '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이들의 억류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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