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스타 매니저가 UBS로 이직하자 사설탐정 고용해 감시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스위스의 한 대형 은행이 사설탐정을 고용해 전직 임원을 미행한 '스파이 스캔들'로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AP 통신 등에 따르면 크레디트 스위스는 이날 피에르 올리비에 부에 COO가 스파이 스캔들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부에가 보안 책임자에게 전직 임원이었던 이크발 칸에 대한 감시를 지시했다면서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지시는 부에가 독단적으로 내린 것이며 티잔 티엄 CEO(최고경영자)와 상의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부에는 크레디트 스위스로 이직하기 전 티엄과 아비바, 푸르덴셜 보험 등에서 함께 일해온 오랜 동료이자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취리히 금융가를 뒤흔들었던 스파이 스캔들은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키스탄 이주민 2세인 칸은 스위스 자산운용 업계의 스타 매니저로, 크레디트 스위스에서 빠르게 승진하며 차기 CEO로 꼽히던 인물이다.
취리히 외곽의 부촌에서 살던 칸은 티잔 티엄 CEO와 이웃으로 지내며 친분을 쌓아왔으나, 올해 1월 티엄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그와 말다툼을 벌인 뒤 사이가 틀어졌다.
이후 칸은 승진에서도 밀리자 결국 지난 8월 UBS 자산관리 부문에 합류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크레디트 스위스는 칸 몰래 사설탐정을 고용, 그를 감시하도록 했다.
칸이 크레디트 스위스의 다른 인력을 UBS로 빼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칸이 사설탐정들과 시내 한복판에서 실랑이를 벌인 뒤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검찰은 사설탐정 세 명을 구금하는 등 사건을 수사 중이다.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이번 사건은 최근 현지 매체의 보도로 알려졌고, 크레디트 스위스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크레디트 스위스를 대신해 사설탐정 업체와 계약한 인물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이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은행들이 직원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번 스파이 스캔들은 전문성을 자랑하던 스위스의 명성을 뒤흔들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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