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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다시 전시하려면 방식 바꿔라"…日검증위 검열성 권고(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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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다시 전시하려면 방식 바꿔라"…日검증위 검열성 권고(종합2보)
비판고조에 "조건 갖춰 재개" 권고했지만 사진·SNS 제한 등 조건 논란
"전시중단, 표현의 자유 제한 아니다"…실행위 "표현의 자유침해" 반발
역사교육자협의회 "소녀상 반일 아닌 평화의 상징"…전시 재개 촉구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우익 세력의 협박이 이어진 가운데 일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중단한 것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이 아니라고 검증위원회가 판단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증위는 전시 재개를 권고했으나 전시 방식을 개선하라는 조건을 달아 사실상 작품에 대한 검열 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소녀상을 일본 공공시설에 선보인 '표현의 부자유전(不自有展)·그 후'의 중단 문제를 다루기 위해 일본 아이치(愛知)현이 구성한 검증위는 전시 중단 결정이 "위기 관리상 정당한 이유에 토대를 둔" 것이며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라는 뜻을 밝혔다고 아사히(朝日)신문 등이 25일 보도했다.
나고야(名古屋)TV는 검증위가 전시 중단 결정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검증위는 이날 아이치현청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중간 보고서를 정리했다.
검증위는 소녀상이나 쇼와(昭和·1926∼1989) 일왕의 초상이 불타는 모습이 담긴 영상 작품 등 항의가 집중된 전시물에 관해 "작가의 제작 의도 등에 비춰보면 전시하는 것 자체에 문제는 없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제작 배경이나 내용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면서 '정치성을 인정한 가운데 치우치지 않는 설명'이 필요하며 이번 전시회는 '큐레이션(기획 방식)의 실패'라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혼란이 생길 것을 예측하면서도 전시를 강행한 예술감독의 행위"에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검증위는 사흘간 이어진 전시에서 행사장 내부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으나 전시물을 직접 보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단편적인 이미지를 보고 조직적으로 전화해 주최 측 등을 공격했다고 분석했다.
교도통신은 검증위가 "조건이 갖춰지는 대로 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검증위는 전시회 재개 조건으로 ▲전화나 팩스 등에 의한 협박이나 공격 위험 회피 ▲전시 방법이나 해설의 개선 ▲사진 촬영이나 SNS에 의한 확산 방지 등을 내걸어 검열성 권고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울러 전시회 중단 결정이 "테러 대책이나 안전 관리를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운 사실상의 검열"이라며 외국 작가들이 비판한 것과 관련해서는 의사소통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검증위는 규정했다.
전시회 중단이 표현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이 아니라는 검증위의 판단에 전시회를 추진한 이들은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작품의 사진을 찍거나 SNS로 전파하는 등의 행위를 제한하라는 조건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을 꼬집는 전시회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카모토 유카(岡本有佳)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실행위원회 실행위원은 검증위의 중간 보고서가 큐레이션 등을 문제 삼고 전시 재개 조건으로 전시 방식 변경이나 설명문을 요구하는 등 작품 내용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검열이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개입"이라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견을 밝혔다.
전시 중단 결정이 어쩔 수 없었다는 판단에 관해서는 "우리는 (전시 중단 결정이) 리스크 관리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사진·SNS를 제한해야 한다는 전시 재개 조건에 관해 "작품의 컨셉트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이다. (소녀상) 옆에 앉아서 사진도 찍고 공유하자는 것"이라며 작가의 양해 없이 전시 방식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인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교도통신은 검증위가 내놓은 중간보고서에 관해 전시 중단이 '검열'이라는 비판을 누그러뜨리고 앞으로 일본에서 열리는 예술제 등에 미치는 영향(출품 거부 등)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검증위가 내놓은 조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아 다음 달 14일 아이치 트리엔날레 종료 전에 전시회를 재개하는 것은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앞서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 작가는 전시 중단에 관해 "소녀상 철거는 일본 스스로 '표현의 부자유'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밝힌 바 있으며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가 포함된 대형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참가한 작가들은 "전시회에 대한 정치 개입"이라며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아이치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 회장으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중단을 결정한 사람 중 한 명인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조건을 갖춘 후에 재개를 목표로 하고 싶다"고 말했으나 언제 재개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쓰다 다이스케(津田大介) 아이치 트리엔날레 예술감독에 엄중하게 주의를 줬다고 덧붙였다.
'역사교육자협의회'는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 성폭력을 없애는 것에 대한 바람을 담은 평화의 상징"이라며 전시 재개를 촉구하는 상임위원회 명의의 성명을 이날 발표했다.
이들은 평화의 소녀상이 "결코 '반일(反日)의 상징이 아니다"라며 "테러 예고나 협박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위협당하고 마는 것을 방치하면 민주주의나 인권이 억압되는 사회가 되고 만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중의원 헌법 심사회의 야당 필두 간사장인 야마하나 이쿠오(山花郁夫) 입헌민주당 의원은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중단 문제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라며 헌법심사회에서 조사하고 싶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아이치현 나고야시 소재 아이치현 미술관에서 열린 일본 최대 규모의 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는 지난달 1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과 같은 모습의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됐다.
이는 일본의 공공 미술관에 평화의 소녀상이 처음 전시된 것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소녀상 전시를 이유로 보조금 삭감 검토를 시사했으며 오무라 지사와 쓰다 예술감독의 결정으로 사흘 만에 전시가 중단됐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개막 후 한달 사이에 전시와 관련한 협박 및 항의의 뜻이 담긴 전화·메일·팩스가 1만건 이상 쇄도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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