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래는 애국자의 것"…이번에도 세계주의 배격
유엔에 모인 각국 대표 앞에서 '美 우선주의' 치적 자화자찬
대선까지 기조 이어질듯…野탄핵론 와중 '가라앉은 톤' 연설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국제무대에서 패권국 미국의 정책 방향으로 '애국주의'를 다시 한번 꺼내 들었다.
2017년 이후 세번째로 뉴욕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세계화(글로벌리즘·blobalism)를 배격하고 애국주의를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이는 국방, 무역, 이민정책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인 '미국 우선주의'와 '힘을 통한 평화'를 재확인한 것이다.
또 국내적으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부당한 압력 의혹으로 탄핵론이 제기되는 와중에 내년 대선까지 미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래는 세계주의자의 것이 아니다. 미래는 애국자의 것"이라며 "미래는 자국민을 보호하고 이웃을 존중하며 각국의 차이를 인정하는 자주적이고 독립된 국가의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자유를 원한다면 당신의 국가에 자부심을 느껴라.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자주권을 지켜라. 평화를 원한다면 나라를 사랑하라"며 "현명한 지도자는 항상 자국민과 자국의 이익을 우선에 둔다"고 강조했다.
또 유엔총회장에 참석한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세계주의라는 세계관이 과거 지도자들에게 종교와 같은 힘을 발휘해 그들 자신의 국익을 무시하도록 만들었다면서 먼저 국가기반을 닦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감세와 규제 완화, 일자리 창출과 낮은 실업률 등 애국주의에 기반한 자신의 업적을 자화자찬했고, 동맹국을 향해서는 미국이 막대한 방위비 부담을 지고 있다며 공정한 분담을 촉구했다.
그는 국제무역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세계주의가 중국의 무역남용을 용인하거나 무시하도록 만들었다며 "미국에 관한 한 이런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심각한 안보 위협 중 하나로 이란을 꼽은 뒤 "어떤 책임 있는 정부도 이란의 유혈 충동을 보조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고 이란 지도자를 향해 '이란 국민 우선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전쟁은 누구나 일으킬 수 있지만 평화는 가장 용감한 자만이 선택할 수 있다며 북한에는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뒤 비핵화를 주문했고,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을 향해서는 테러의 근절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제한하고 싶다는 기존 입장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다른 나라와 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 세계의 서방국가가 이민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내가 미국 대통령인 한 우리는 우리 국경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경 이민정책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심각한 과제 중 하나로 사회주의의 망령을 꼽았다.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들어 사회주의가 정의도, 평등도 아니라며 국가와 사회의 파괴자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더 위대해지면 미래는 더 밝고 우리 국민은 더 행복하고 우리 파트너들은 더 강해질 것"이라며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세계 질서를 강조했다.
언론은 내년 재선 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바람에 민주당의 탄핵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번 연설이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전 2년에 비해 훨씬 가라앉은 어조를 보였다면서 민주당 일부의 새로운 탄핵 요구에도 불구하고 재선을 앞두고 불안감을 좀더 없애주려는 존재감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민주당이 탄핵을 고려하는 시점 등을 언급하며 그의 연설에 그림자가 드리웠다고 말했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탄핵요구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고립주의와 애국주의의 혜택을 강조했다고 적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주의를 비난하고 외교 문제에 대한 국수주의적 관점을 내세웠다"며 "다자 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 앞에서 미국 우선주의 접근법을 홍보했다"고 평가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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