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잠재력 내세워 비핵화 촉구…안전보장 구체 거론 안해(종합)
유엔총회 35분 연설서 짧은 대북언급 …원론적입장 재확인·'새 방법론' 언급없어
조만간 재개 예상 북미 실무협상 앞두고 협상전략 일환 신중 기조 견지 가능성
유엔연설 대북메시지 창구 삼아온 트럼프…재작년 "완전 파괴"→작년 "金용기 감사"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성장 잠재력을 내세우며 비핵화를 촉구했다.
북한이 원하는 안전보장이나 자신이 최근 언급한 '새 방법론'과 관련한 구체적인 메시지는 담기지 않았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비핵화 시 상응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오전 미 뉴욕의 유엔총회 연단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이 35분간 진행한 연설에서 북한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부분은 길지 않았다.
트럼프 "한반도에 대담한 외교…북한, 잠재력 실현위해 비핵화해야" / 연합뉴스 (Yonhapnews)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거론하며 "미국은 영원한 적을 믿지 않는다. 전쟁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가장 용기 있는 자들이 평화를 택할 수 있다는 걸 미국은 안다"고 말한 뒤 곧바로 "같은 이유로 우리는 한반도에서 대담한 외교를 추구해왔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북한이 엄청난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말해줬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뒤 잠재력의 실현을 위해 북한은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목표가 화합이며 끝없는 전쟁과 같이 가는 것이 아니라면서 아프가니스탄 문제로 넘어갔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전략적 결단을 내리면 북한의 성장 잠재력을 현실화할 각종 상응조치가 제공될 것이라는 정도의 언급에 그친 셈이다.
연설에 담길 가능성이 있어 주목돼온 대북 안전보장이나 '새 방법론' 관련 언급은 따로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강경파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내친 뒤 그가 언급했던 '선(先) 핵폐기-후(後) 보상'의 리비아 모델을 비난하면서 '새 방법론'을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조만간 재개될 북미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유연성 발휘의 여지를 넓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대북 안전보장이나 '새 방법론'의 골격을 제시하는 대신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실무협상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만큼 조만간 협상 테이블이 차려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구체적 언급을 삼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30일 유엔총회 연단에 오를 것으로 전해진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연설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북한측에서 리용호 외무상이 불참하고 대사급이 연설에 나서는 것으로 예정돼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동일한 선상에서 메시지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 대한 북한 당국의 메시지가 김 대사의 연설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뉴욕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도 신중한 기조를 견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두 차례 있었던 북미 정상회담을 '매우 성공적'이라 치켜세우면서도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 보고 싶다. 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을 것이고 할 수 없다 해도 괜찮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적극적 유인 메시지도 함께 발신하고 있어 실제 북미 실무협상 테이블이 차려지기까지 북미 간 팽팽한 '밀고 당기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유엔총회 행사장에 도착,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는 와중에 김 위원장과의 만남 시기를 묻는 기자에게 질문권을 주고 "곧 (만남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반복해 답변했다.
북미 실무협상에서의 진전을 전제로 이른 시기에 3차 북미정상회담을 열겠다는 의지를 내세움으로써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유엔총회 연설을 대북 메시지 발신의 창구로 삼아왔기에 이날 연설에 전향적 대북 메시지가 포함될 가능성에 한층 눈길이 쏠렸다.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이었던 2017년 9월엔 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칭하며 '북한 완전 파괴'까지 언급하는 초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북한이 같은달 초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던 시점이었다. 당시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찾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며 말폭탄으로 응수했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개최 후 3개월여 만에 열린 작년 유엔총회에서는 180도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평화 추구'를 강조하며 김 위원장에 대해 "용기에 감사한다"고 사의까지 표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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