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 끈 종양 억제 유전자, RNA로 다시 켠다"
영국 UCL 연구진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세포가 비활성화한 종양 억제 유전자를 다시 활성화하는 방법을 영국의 과학자들이 찾아냈다.
암세포가 여기에 이용하는 PRC2라는 조절 단백질의 기능을 RNA로 차단한다는 게 요지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암 연구소와 '캔서 리서치 UK' UCL 센터의 과학자들은 이런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저널 '네이처 구조·분자 생물학(Nature Structural and Molecular Biology)'에 발표했다.
23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연구팀이 목표로 삼은 PRC2는 '폴리콤 유전자 억제 복합체 2(Polycomb repressive complex 2)'의 약칭으로, 유전자의 온·오프 제어에 관여하는 단백질 복합체를 말한다.
건강한 세포는, 다른 세포형(cell type)만 유전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유전자를 비활성화하는 데 PRC2를 이용한다. 그런데 암세포는 PRC2의 이런 작용을 중간에서 가로채, 종양 억제(tumour suppressor) 유전자를 비활성화한다.
종양 억제 유전자가 활성화하면 암세포는 분열을 중단한다. 따라서 종양 억제 유전자에 달라붙은 PRC2를 제거하면 암 종양의 성장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연구팀은 건강한 배양 세포에 실험해, RNA와 결합한 PRC2는 다른 유전자를 비활성화하는 능력을 상실한다는 걸 알아냈다.
그래서 연구팀은 dCas9이란 단백질을 이용해, 비활성화한 종양 억제 유전자에 RNA를 결합시켜 봤다.
그랬더니 RNA는 종양 억제 유전자로부터 PRC2를 떼어냈고, 그러자 종양 억제 유전자가 다시 활성화해 암세포의 분열을 중단시켰다.
보고서의 제1 저자인 UCL 암연구소의 리처드 제너 교수는 "다른 유전자를 정상적인 비활성 상태로 유지하면서 종양 억제 유전자만 다시 활성화하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라면서 "다음 목표는, 어떤 유형의 암에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RNA와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을 환자의 암세포까지 운반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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