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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21년 모아야 집 사는 현실, 홍콩 시위의 근본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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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21년 모아야 집 사는 현실, 홍콩 시위의 근본 원인"
정부, '낮은 세금' 유지하려 공공토지 비싸게 판 결과 집값 폭등
'토지회수조례·빈집세' 등 다양한 부동산 대책 논의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16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시위 장기화의 근본 원인은 집값 폭등 등 열악한 삶의 질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낮은 세금의 비싼 대가'라는 기획 기사를 게재하면서 홍콩 집값 폭등의 근본 원인에는 영국 통치 때부터 유지돼온 '낮은 세금' 정책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은 소득세와 법인세가 매우 낮고 상속세, 양도세, 보유세 등은 아예 없어 '부자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그 결과 아시아 각국의 부자들이 홍콩으로 몰려들었고, 막대한 자본 유입에 힘입어 홍콩은 세계적인 금융 중심 도시의 하나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 인프라, 교육, 의료, 공공서비스 등에 들어가는 돈은 어딘가에서 마련해야 했고, 그 재원은 결국 정부의 공공토지 매각에서 나왔다.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공공토지를 경매 방식으로 매각했고, 가장 비싼 값을 부르는 개발업자가 토지를 차지하는 바람에 토지 가격은 계속 폭등했다.
그 결과 통상 부동산 개발에서 토지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인데 반해 홍콩에서는 토지 가격이 개발원가의 60∼70%에 달한다.
더구나 경매 방식으로 공공토지를 낙찰한 결과 자금력이 부족한 개발업자들은 시장에서 밀려났고, CK애셋, SHKP, 헨더슨, 뉴월드, 시노 등 자금력이 풍족한 5대 기업이 부동산 시장을 장악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홍콩에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이들 개발업자가 보유한 땅은 1억 제곱피트(약 281만 평)에 달한다.
이들이 막대한 토지를 보유하고 지가 상승만을 기다리면서 택지 개발에 소극적으로 나선 결과 홍콩은 심각한 주택 부족과 집값 폭등을 겪어야 했고, 홍콩 아파트 가격은 평(3.3㎡)당 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홍콩의 직장인이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서는 먹고 입는 돈조차 쓰지 않고 20.9년 동안 월급을 모아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집값 폭등은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이어져 홍콩인의 평균 주거면적은 1인당 161제곱피트(약 4.5평)로 싱가포르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극빈층의 경우 1인당 주거면적은 50제곱피트(약 1.4평)에 불과하다.
아내, 딸과 함께 350제곱피트(약 9.8평)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에드워드 찬(39)은 "홍콩 시위가 계속되는 근본 원인은 집값 폭등과 공공주택 부족"이라며 "홍콩의 젊은이들은 계층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위의 장기화에 홍콩 정부는 물론 인민일보, 글로벌타임스 중국 관영 매체까지 집값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이들은 홍콩 개발업자들의 탐욕을 질타하면서 홍콩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홍콩 친중파 진영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정부가 민간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한 '토지회수조례'를 강력하게 적용해 개발업자들이 쌓아놓은 토지를 서둘러 수용,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콩 정부는 개발업자들이 주택을 지은 후 집값 상승을 기다리며 분양을 미루는 행태를 막기 위해 개발업자 등이 보유한 빈집에 세금을 부과하는 '빈집세'를 이번 가을 입법회 회기 때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2.25%에 불과할 정도로 저금리여서 주택담보대출이 쉽다는 점, 홍콩 입법회 의석 총 70석 중 절반을 개발업자 등 직능대표가 차지하고 있는 점 등은 부동산 대책 추진에 난항을 예고한다.
리처드 웡 홍콩대 교수는 "젊은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없을 때 이들은 거리로 뛰쳐나온다"며 "공공주택의 저소득층 분양 등 정부가 부동산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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